올해 33세인 배우 유아인은 어느 덧 데뷔 15년 된 ‘베테랑’ 배우이다. 햇수로 따지면 16년차다. 2003년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해 반항기 가득한 10대 청소년 시기를 거쳤고, 누구나 그렇듯, 이제 난 어른이 됐다고 허세를 부리고 자신만만해 하던 20대를 거쳐 30대 초반의 성장형 배우로 접어들었다.
크고 작은 유명 감독들과 탄탄하면서도 이색적으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오던 유아인의 배우 인생사(史)는 아마도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이후 2막으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그 역시 평생 만나길 고대하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이후 연기 스타일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인은 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버닝’(감독 이창동)의 기자회견에서 “어린 나이에 데뷔해 비교적 다양한 작품을 하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며 “늘 잘하고 싶어서 애쓰던 순간도 많았고, 제 감정을 관객들에게 보다 잘 전달하고 싶어서 표현에 대한 강박으로 외향적으로 표출된 부분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평소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밝혀오던 그였지만 ‘버닝’의 제작발표회 및 네이버 V라이브, 기자회견까지 그답지 않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보고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봤다.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유아인은 영화 ‘사도’ ‘베테랑’ ‘깡철이’ ‘완득이’ 등 긴장감 넘치는 범죄액션부터 사극까지, 폭발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명배우로 거듭났다.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고 하면 길 수도 있는 15년의 세월 동안 변함없는 연기 열정으로 도전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는 그간의 긴장감 넘치는 캐릭터와 달리 내면에서만 에너지를 갖고 있는 종수 캐릭터를 맡아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연기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유아인은 “‘버닝’에서는 그간의 제 연기적 관성에서 벗어나 이 감독님이 요구하신 인물의 느낌 위주로, 그가 갖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했다”며 “그런 것들로 인해 인물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크게 열어두려 했다”고 전했다.
일본 소설 반딧불이 속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았다. 기본적인 인물 설정과 이야기는 같지만 이 감독의 색깔을 담아 새롭게 재탄생했다.
유아인은 며 “잘 보이기 위해, 제가 가진 것보다 좀 더 잘해내기 위해, 외적으로 표출하려는 게 많았지만 ‘버닝’을 통해 전환점을 맞이한 거 같다”고 말한다.
유아인의 ‘버닝’이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인물들을 맡아 매력적인 연기로 좌중을 사로잡은 그가, ‘버닝’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충무로 대표 흥행 제조기로 명성을 드높일 수 있을지, 그리고 칸 영화제에서는 어떤 배우라는 평가를 받을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