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 곧 장르'란 말은 그가 작품 속에서 지니는 막강한 존재감을 뜻한다. 배역의 비중이나 분량을 떠나 마동석의 출연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영화 '베테랑'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로 마동석이 단 몇 초 등장한 신을 꼽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이런 마동석이라는, 한국영화에서 전무후무한 캐릭터는 영화 '이웃사람', '부산행', 그리고 '범죄도시'를 거쳐 드디어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국내최초 팔뚝 액션이라는 신선한 타이틀을 단 '챔피언'(1일 개봉)은 이런 완성된 마동석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마디로 우직한 영화이고 이런 우직함이 마동석과 상당히 닮아 있다.
영화는 타고난 팔씨름 선수이자 입양아인 마크(마동석 분)가 챔피언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조력자인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권율 분)와 아웅다웅하면서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갑자기 귀여운 두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 마크의 여동생 수진(한예리 분)과는 먹먹한 가족애를 그려낸다.
즉 스포츠 영화와 가족물이라는 두 장르의 조합인데, 적절하게 사용된 신파는 극의 분위기를 더욱 유연하게 만든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챔피언을 향한 뒤집기 한판을 그려내는 마크의 이야기가 새롭지는 않더라도 한 순간 마음의 저릿함을 느끼게 하기는 충분하다.
마동석은 전작 '범죄도시', '부라더'와는 또 다른 결로 묵직한 감동과 유쾌한 코믹을 전달한다. 마동석은 묘하게 선인과 악인을 오가는 얼굴이면서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안정(?)을 느끼게 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하는 힘이 있는데, 이 작품은 이런 마동석의 캐릭터가 100% 활용됐다. 등장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안기는 그는 때로는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언제나처럼 약자들의 히어로가 된다. 허리보다 두꺼워보이는 팔뚝과 섬세한 인간미로 아이들을 지켜주는 그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동석 특유의 연기 시그니처이기도 한 '무표정'은 영화 속 웃음의 포인트가 된다.
스포츠 영화로서의 매력은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생소할 수 있는 팔씨름 대결이란 소재가 짜릿한 승부의 세계로 안내한다. 긴장감 넘치는 몇몇 대결 장면들 속에서 다시금 이 소재와 마동석이 발산하는 케미스트리를 느낄 수 있다. 이 영화가 마동석이 1987년에 나온 실버스타 스탤론 주연 영화 '오버 더 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실제 허당같으면서도 악인의 등장에는 헐크로 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헌신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닮았다.
P.S. 마블리를 더욱 마블리스럽게 만들어주는 아역 배우들의 역할이 상당하다. /nyc@osen.co.kr
[사진] 영화 스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