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뚜벅뚜벅 걷겠다"는 주윤하, 그는 천상 뮤지션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04.20 14: 31

주윤하는 거침없이 인디신을 헤쳐왔다. 2005년 4인조 모던록밴드 보드카레인의 베이시스트로 출발, 2011년 솔로로 전향했고, 2014년에는 그토록 갈망했던 재즈 앨범을 냈으며, 2017년에는 4인4색 케미가 빛나는 ‘케즈’ 프로젝트 싱글을 발매했다. 올해 2월에는 모델 겸 뮤지션 장윤주와 듀엣 싱글을 냈고, 4월21일, 22일에는 단독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와 함께 한 뮤지션들은 대한민국 인디신의 보물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주윤하를 만났다. 
우선 보드카레인을 포함한 주윤하의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해봤다. 
2005년 1월 보드카레인 결성 : 보컬 안승준, 기타 이해완, 드럼 서상준, 베이스 주윤하

2007년 3월27일 보드카레인 1집 The Wonder Years
2007년 8월1일 보드카레인 EP Vodka Rain 재발매 : 오리지널은 2005년 발매
2008년 11월13일 보드카레인 2집 Flavor
2009년 4월2일 보드카레인 싱글 숙취 : 계피 참여
2009년 10월19일 보드카레인 EP 이분쉼표
2010년 11월9일 보드카레인 3집 Faint : 루시드폴, 조원선, 김정아, 장윤주 참여
2011년 11월30일 솔로 싱글 Hate 
2011년 12월15일 솔로 싱글 집으로 : 정원영, 손성제, 이상순, 조재범 참여
2012년 2월2일 1집 On The Way Home : 정원영, 손성제, 아스트로 비츠, 이상순, 토마스쿡, 조재범 참여
2012년 5월7일 솔로 싱글 푸른 봄 청춘 : 나희경 참여
2013년 9월27일 솔로 싱글 가을의 시작
2013년 12월3일 솔로 EP to us
2014년 10월8일 재즈1집 Jazz Painters
2015년 9월3일 솔로 싱글 꿈꾸는 아이들
2016년 5월6일 2집 Kind : 토마스쿡, 박용준, 박인영 참여
2016년 5월20일 솔로 싱글 소년
2016년 6월9일 솔로 싱글 Good Bye : 양시온 참여
2016년 12월19일 솔로 싱글 하얀 겨울
2017년 12월18일 kejj(케즈) 프로젝트 싱글 그와 그녀의 겨울 : ‘스위트피’ 김민규, 이한철, ‘토마스쿡’ 정순용 참여
2018년 2월22일 듀엣 싱글 낯선 꿈 : 장윤주 참여
= 근황도 들을 겸 최근 발매 앨범부터 역순으로 몇 곡 들어보자. 2월22일에 나온 ‘낯선 꿈’. 장윤주가 참여했다. 
“장윤주와는 보드카레인 3집 때 협업한 적이 있다. 루시드 폴 형이 작사작곡한 노래(그 어떤 말로도)가 있는데 피처링으로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서 장윤주를 데려왔다. 또 지난해(9월)에 장윤주가 낸 ‘LISA’ 싱글을 내가 프로듀싱했고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공연도 3일간 같이 했다. 노래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같이 하자’고 했는데 너무나 흔쾌히 ‘좋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 어떤 곡인가. 
#. ‘낯선 꿈’ 가사 = 우린 어느새 낯선 시간에 쫓겨 영문도 모른 채 세상 끝에 서있어 / 약속했던 그날 옆에 없어서 미안해 지나간 사람이라 정말 미안해 / 너는 기억해 함께 했던 이야기 언제부턴가 난 자신이 없어 / 너의 웃던 얼굴 (조용히) 날 보던 눈빛만 생각나 함께 불렀던 노래만 생각나 / 시간은 흔적도 없이 우리를 삼키고 뜨거웠던 마음속의 빛들을 얼어붙게 할 거야 / 모든 게 사라져도 우리의 꿈은 지워지지 않게 계속 노래하자
“작년 말에 완성했던 곡이다. 연말이 되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허무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열심히 살아도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고, 결국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데 왜 열심히 살까, 사람이란 존재는 결국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 그럼에도, 모든 것이 잊혀진다 해도, 노래를, 작가라면 글을, 화가라면 그림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우울하게 들릴까봐 사랑 이야기에 살짝 빗댔지만, ‘노래’라는 가사 때문에 음악 얘기로만 들릴 수 도 있지만, ‘일’로 해석되길 바랐다.”
= 초반 피아노는 왠지 시계초침 같은 느낌을 준다. 화자가 낯선 시간에 쫓기는 듯한. 
“그런 의도가 있었다. 제 가사는 주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나 상실감, 잊혀지는 두려움,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나중에 등장하는) 첼로는 음색 자체가 떠남, 이별, 부재의 느낌이다.”
= 그런데 왜 제목이 ‘낯선 꿈’인가.
“고민이 많았다. 처음 이 곡은 ‘hope’(희망)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그러다 작업 파일을 정리하면서 ‘희망’이라는 바람을 갖는 것 자체가 낯설다고 생각했다.”
= 앨범 재킷 작업은 누가 했나.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자 지금은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파인아트(순수미술) 작가인 노경민이 해줬다. ‘이 노래 듣고 네가 페인팅을 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꽤 오랫동안 음악을 공유하면서 떠오른 이미지를 갖고 적절하게 그려서 내게 보내줬다.” 
= 지난해 12월 나온 ‘그와 그녀의 겨울’은 예전 들국화 2집 느낌이 많이 난다. 
#1. ‘그와 그녀의 겨울’은 4인 프로젝트 그룹 kejj(케즈)의 첫 싱글. 델리스파이스 멤버이자 스위트피라는 솔로 프로젝트명으로 활동해온 김민규, 불독맨션을 이끌던 이한철, 마이앤트메리 출신의 ‘토마스쿡’ 정순용, 그리고 주윤하가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2. ‘그와 그녀의 겨울’ 가사(작사 스위트피, 작곡 이한철 토마스쿡 주윤하, 편곡 이한철) = 오늘은 구두를 신기 싫어 눈이 올지 몰라 / 우리 손잡을 순 없겠지만 역시 택시는 안돼 / 차가 너무 막혀 난 숨이 막혀 늦을까봐 조마조마 / 대체 언제쯤일까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이 오면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첫눈 위에 발자국을 새기자 / 난 그냥 그렇지 뭐 넌 어떠니 넌 사는 게 재밌니 아직도 모르겠어 /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지도 그런 날이 올지도 / .... / 언젠가 낡은 일기장 어딘가에 널 불러볼 그런 날이 올지도 / 함께 걸었던 나를 기억해 함께 걸었던 그날을 기억해..
“저 역시 그런 느낌이 난다. 저도 형들도 들국화 그 당시를 좋아했다. 이 곡은 처음 멜로디를 제가 만들었고, 그 테마를 가지고 이한철 형이 B테마를, 후렴구를 토마스쿡이, 가사를 김민규 형이 하루만에 썼다. 다들 밴드가 원래 본업이었으니까 밴드 공동작업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느꼈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당시 데모버전을 그대로 발매할 수는 없으니 새로 편곡해서 지난해 12월에 내게 됐다.”
= 케즈는 어떻게 모이게 됐고, 왜 ‘kejj’라고 지었나. 
“연습실에서 놀아볼까 하다가 그럴 바에는 작업도 해보자, 이런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 한 시간만에 멜로디가 나왔고, 이왕 만들었으니 기록으로 여기고 발매까지 하자, 이렇게 된 것이다. 그때가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이라 겨울 분위기를 내려 했는데 다행이 겨울 느낌이 많이 났다. 팀 이름은 각자 성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김민규의 k,정순용의 j, 주윤하의 j). 이한철 형만은 한글 발음을 약간 섞어서 ‘e’라고 했다.”
= 케즈 앨범은 또 나오나. 
“딱히 그만하자, 안하자는 얘기는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 2016년 12월에는 솔로 싱글 ‘하얀 겨울’이 나왔다. 케즈 싱글도 그렇고 하필 겨울에 노래를 발표한 이유가 있나. 
“우연찮게 그렇게 됐다. 2017년에 기획사랑 일을 마무리하면서 작업을 쉬게 됐다(그러다 보니 12월에 케즈 싱글이 나왔다). 2집과 ‘하얀 겨울’까지 그 기획사(씨앤엘뮤직 미래광산)에서 발매했다.”
= 온통 눈뿐인 앨범 재킷이 근사하다. 노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 두드러져 상당히 대중적으로 들린다.
“당시 기획사가 겨울에 너무 느린 곡 말고 밝은 느낌의 곡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저 또한 싫지 않아서 회사랑 함께 기획해서 만들게 됐다. 재킷은 일본 훗카이도에 가서 영상과 함께 직접 찍은 것이다. 난생 처음 겪은 폭설이었다. ‘마일드 세븐’이라는 포토그래퍼들의 성지다. 이질감이 들 정도로 나무들이 아름다웠다.” 
= 솔로 2집 ‘Kind’가 2016년 5월에 나왔다. 3집은 언제쯤 나오나. 
“지난해에도 3집을 준비중이었지만 사실 고민이 많다. 이제는 정말 ‘정규앨범’이라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다.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싱글이든, 정규든 상관이 없게 된 것이다. 정규만을 내던 싱어송라이터 형들이 싱글 컷을 내는 것을 보고 시대의 한 페이지가 완전 넘어갔다고 느꼈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지 고민된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1년 안에 발표하는 싱글을 모아 피지컬(CD 같은 형체가 있는) 3집을 내는 방식이다. 계획대로라면 6월, 8월, 9월 이렇게 싱글이 나올 것 같다. 선공개 비슷하지만 개념적으로는 정규 곡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나중에 음반으로 발매하는 형태다.”
= 2014년 10월 재즈 1집 ‘Jazz Painters’는 발매 때부터 줄창 들었다. 특히 타이틀곡 ‘이별을 말하는 너에게’. 첫마디에 나오는 ‘4월이 오면 이별을 하자’, 가사가 끝내준다. 
“몇몇 곡은 위트 있는 가사를 집어넣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이별을 하자는 색다른 제안이다. 사실 귀엽게 이별을 미루는 가사다.” 
= 주윤하에게 재즈란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재즈가 좋았다. 편하게 친구들과 술 마시며 이야기할 때도 재즈가 좋았다. 쳇 베이커처럼 노래 부르는 것도, 연주자 출신이어서 재즈 뮤지션들과 소통하는 것도 편했다. 그래서 ‘투 트랙’으로 싱어송라이터 하면서 재즈를 함께 하려 했는데 지금은 본의 아니게 쉰 게 돼버렸다. 하지만 청자들이 헷갈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저를 재즈뮤지션으로 인식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우선은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짙고 선명하게 청자들에게 각인시켜드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이런 음악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재즈는 이미 음악의 클래식이기 때문에 더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싶다.”
= 보드카레인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완전 해체한 상태다.”
= 4월 공연 얘기를 자세히 들려달라. 
“21, 22일 서울 합정역 폼텍웍스홀에서 ‘April’이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그동안 봄에 단독공연을 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주윤하의 ‘가을의 시작’ 정기공연은 팬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하다), 제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 일단 오랫동안 관객을 안만난 만큼 나름 두렵다.”
= 연주 구성과 선곡은. 
“피아니스트 1명, 기타리스트 1명, 그리고 저, 이렇게 3인조로 올라간다. 선곡은 당연히 제 앨범 곡과 미발표곡, 그리고 김동률이 작사작곡한 이소라씨 곡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등이 포함된다.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다.”
= 주윤하라는 뮤지션이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정말 궁금하다. 
“장르로 얘기하자면 아직도 고민이 많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한 시절이 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장윤주와 함께 한 ‘낯선 꿈’의 경우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친구가 제안을 쉽게 받아줘서 고맙지만, 이렇게 유명인과 콜라보 작업하는 것이 나와 어울리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폭발적이지 않더라도 오래 들을 수 있는, 어느 순간 사람들이 질려하지 않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나를 믿고 뚜벅뚜벅 진중하게 가야겠다.”
= ‘천상 뮤지션’ 주윤하를 늘 성원하겠다.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최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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