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예뻐. 넌 영원히 예쁘다고. 그러니까 이런 옷을 입으면서 너 스스로를 관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말라고.”
홍상수 감독의 신작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중 소완수(정진영 분) 감독이 영화배급사 직원 전만희(김민희 분)에게 해주는 말이다. 영화 속 김민희는 언제나 그랬듯 예쁘다. 외모와 몸매 칭찬을 떠나, 한층 성숙한 배우로서의 얼굴이 돋보여서다.
홍 감독의 전작 ‘그 후’ ‘밤의 해변에서 혼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와 마찬가지로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도 “넌 예뻐”라는 특유의 대사로 자신의 뮤즈이자 페르소나 김민희의 아름다움을 칭찬한다. 예쁘다는 말은 배우로서 언제 들어도 나쁘지 않은, 늘 듣고 싶은 칭찬일 게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관계의 불안정성과 짧은 만남들이 빚어내는 일상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를 담았다. 새로운 만남과 반가운 재회가 주는 이야기를 풀어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역시 홍상수 감독식 위트와 유머가 녹아있다.
이달 2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가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클레어의 카메라’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음악 교사 클레어(이자벨 위페르 분)와 칸 영화제에 초대 받은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 분), 그리고 완수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해외배급사 대표 남양혜(장미희 분)와 그의 직원 전만희(김민희 분)의 심리를 담았다.
클레어와 완수가 인사를 나누고 떠난 카페에 만희와 상사 양혜가 찾아오고, 이 자리에서 양혜는 만희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이유는 정직성이 사라졌다는 것. 말도 안 되는 해고 통보를 들은 만희는 칸의 바닷가를 떠돌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순간을 담는 클레어를 만나 인연을 맺는다.
밤이 되어 다시 카페를 찾은 클레어는 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만희가 “사진을 왜 찍는 거예요?“라고 묻자 클레어는 카페에 홀로 앉은 만희의 테이블로 향해 그녀와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라고 답하며 깊은 잔상을 남긴다.
네 명의 캐릭터들이 표현한 다양한 삶의 감정들이 역시나 사실적이고 독창적이어서 영화라기보다 다큐멘터리 같다. 홍상수 감독의 위트와 재치를 겸비한 이번 영화에서도 김민희가 자신의 진정한 빛을 발휘하며 다시 한 번 연기력을 과시했다.
보고 나면 도대체 저 인물이 왜 저런 말을 했고, 저런 행동을 했는지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 찝찝함이 남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말의 로맨스와 삶을 통찰했다는 점에서 볼만 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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