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카메라’의 각본·연출을 맡은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장미희, 정진영 등 주연배우들이 시사회에 불참한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화가 공개됐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바 있기에 홍 감독의 마니아 영화 팬들의 높은 관심이 쏠려 있다. 전작 '그 후' 만큼이나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느낄 일상적 감성이 그대로 담겨 있어 기대해도 좋겠다.
17일 오후 서울 가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감독 홍상수)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앞서 제작 배급사가 밝힌 대로 이날 홍 감독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은 영화 상영 후 따로 기자간담회를 열진 않았다. 영화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쏠릴 것을 우려했던 결정으로 보인다.
배우들이 전면 불참했음에도 홍상수 감독이 삶을 관통하는 시선과 본인만의 철학, 위트는 살아있었다. 최고는 아니지만 여전히 훌륭한 홍상수 식 영화의 말맛을 느낄 수 있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영화 배급업에 종사하는 전만희(김민희 분)가 칸 영화제 출장 중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회사대표 남양혜(장미희 분)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만희는 프랑스의 한 바닷가에서 여유를 즐기며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 낮과 밤의 모습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담는 여행객 클레어(이자벨 위페르 분)와 우연한 만남으로 인연을 맺는다. 클레어가 예쁜 만희의 모습을 허락없이 카메라에 담았지만 그녀가 웃으며 허락했고 식사에 초대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
집으로 간 클레어는 만희가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그녀의 상사 양혜, 그리고 소완수(정진영 분) 감독을 만났었단 사실을 사진을 통해 알린다. 만희는 클레어의 얘기를 통해 양혜가 왜 자신을 해고했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게 돼 헛웃음을 터뜨린다. 갑을 관계에서 애증관계로 돌변한 두 여자의 감정 변화선이 눈길을 모은다.
클레어와 만희, 양혜를 만나는 완수의 관계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코믹하게 담겨 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관계의 불안정성과 짧은 만남들이 빚어내는 일상에 관한 보통의 평범한 이야기이다.
우연한 만남과 반가운 재회가 전해주는 일상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자벨 위페르, 김민희 주연의 홍상수 감독의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는 4월 25일 개봉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