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역주행’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과거 걸그룹 EXID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무대에 오르다 팬이 찍은 ‘직캠’ 하나가 터졌을 때, 여자친구가 빗속에서 무대에서 수많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 감동을 선사했을 때 대중의 관심도 함께 폭발했다. 여기에 수반된 건 좋은 노래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아티스트들의 마음.
이후에도 많은 역주행 사례들이 존재한다. 뒤늦게 입소문을 타서 올라오는 경우들은 이제 꽤나 많아졌다. 인기곡 위주의 차트가 아닌 빛에 가려져 있던 아티스트들의 좋은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아름다웠던 ‘역주행’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면 어떨까. 아마도 앞으론 무명의 가수가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모든 경우에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은 이미 시작된 듯하다.
가수 닐로가 새벽 차트에서 1위로 올라오면서 역주행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일부 가요팬들은 닐로가 지난해 10월 31일 발표한 ‘지나오다’의 최근 음원 이용자 추이에 의혹을 품었다. 그중 가장 큰 근거는 보통 팬덤의 스트리밍이 강한 새벽 시간대 유독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소속사가 ‘바이럴 마케팅’ 회사인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리메즈는 페이스북에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라는 음악 전문 페이지를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 인기 페이지인 만큼 이곳에 업로드된 영상은 자연히 주목을 받는다. 닐로의 영상 역시 올라왔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자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선택된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실력만 있으면 그 누구나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꿈꿨다”며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었고 일반인들에게 비용을 받고 영상을 업로드하지도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물론 그들의 음악과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사재기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대신 SNS 마케팅의 효과라는 설명이다. 이점 역시 가요계 관계자들은 물론 음원사이트 이용자들까지도 우려하는 점이다. 마케팅으로 차트 밑바닥에서 1위까지 끌어올린 역주행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 사태로 인해 이미 ‘역주행’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게 됐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 besodam@osen.co.kr
[사진] 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