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교양 파일럿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이끌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며느리라면 공감할, 일명 '전지적 며느리 시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하지만 워낙 민감한 소재이기도 하거니와 한 쪽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어 시댁 식구들을 향한 '악플'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이 시대의 며느리 이야기를 담아낸 리얼 관찰 프로그램으로 배우 민지영과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 두 딸을 키우는 워킹맘 김단빈이 대한민국 대표 며느리로 출연했다.
두 사람 모두 시댁으로 향하기 전 부담감을 토로했다. 결혼 3개월 차 새댁 민지영은 이른 새벽부터 샵에 들려 메이크업을 받았다. 민지영은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주방으로 가 일을 돕기 시작했지만, 남편을 비롯한 집안 남자들은 거실에 모여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남편에겐 익숙한 환경이지만 민지영에겐 낯설고 어렵기만 한 시댁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 아내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민지영의 상황을 지켜보던 출연자들은 폭풍 공감하며 안쓰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에도 불구하고 남편없이 혼자 시댁에 가게 된 박세미. 20개월 된 아들 지우와 수많은 짐을 챙겨 시댁으로 간 박세미 역시 곧바로 음식 장만을 하기 시작했다. 시댁에서는 안 그래도 힘든 박세미에게 거듭 셋째 출산을 강요했다.
박세미의 시댁 역시 여자들은 부엌에서 전을 부치고 남자들은 거실에 모여 TV를 보는 모습이 형성, 남녀 간의 성차별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분명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임은 분명했다. 설날, 추석 등의 명절 뿐만 아니라 제사의 압박을 느끼고 살아가는 며느리들은 이 방송을 보며 "내 얘기"라고 폭풍 공감했다. 또 미혼 여성들은 "결혼하기 싫다"는 쓴소리를 내기도.
분명 며느리들만 떠안아야 하는 심적, 물리적인 압박은 고쳐져야 하는 것이 맞고, 그런 부분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이번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꼭 필요한 방송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극히 며느리의 시점에서만 바라본 시댁이기 때문에, 확대 해석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대한민국의 며느리는 다 저럴 것이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남편과 시댁을 향한 무분별한 악플 역시 우려를 사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