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오전 1시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실시간 음원차트에는 닐로의 ‘지나오다’가 차트 1위에 올라왔다. ‘지나오다’는 닐로가 지난해 10월 31일 발표한 곡으로 무려 약 5개월 만에 역주행했고 '사재기' 등 갖가지 의혹이 난무했다. 이에 OSEN은 이날 오후 '[단독 탐사보도] 닐로 '차트 1위' 新마케팅, 공정위 측 '위법 여부''에서 닐로 측이 주장하는 새로운 바이럴 마케팅의 적법 여부를 다뤘다. 이번 기사는 의문의 신종 바이럴 마케팅을 경험한 한 가요관계자와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사재기 논란'의 허와 실을 진단했다.(편집자 주)
"당신은 페북픽을 얼마나 믿으시나요?"
닐로가 사재기 논란에 휘말리든 말든, 각종 페이스북 페이지에선 연일 리메즈 군단(닐로, 장덕철, 포티, 반하나)의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의 일종이다. 리메즈 소속사 대표와 한 유명 페이스북 관리자의 친분으로 홍보는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상호간 금전관계는 일체 없다는 것이 닐로 측 리메즈엔터의 증언이다.
금전 관계가 없으니 이른바 맛집 블로거들처럼 '해당 내용은 스폰서를 받아 작성됐다'라고 해당 페북 페이지 내용물(이하 '페북픽')에 쓸 필요 없다. 나만 듣는 노래인 척, 나만 좋아하는 가수인 척, 대학 축제 요청이 많은 가수인 척. 이 모든게 다 진실 없는 거짓, 그냥 '가수 팔이' 홍보가 상당수 페북픽에 섞여있을 거란 추측만 난무하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닐로의 '지나오다'는 바이럴 마케팅으로 한 달 만에 멜론 600위에서 1위로 올라섰고, 12일 새벽엔 엑소, 트와이스, 위너, 워너원, Mnet '고등래퍼2' 음원을 꺾는다. 비록 욕은 먹지만 위법은 아니다. 페이스북 덕에 대단한 가수가 탄생했고,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멜론 1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도 등장한 거니까.
여러분은 '페북픽'을 얼마나 믿는가. 성공적인 바이럴 마케팅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분명 어두운 부분도 있다.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법은 아니다. OSEN은 최근 SNS 바이럴마케팅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관계자는 "페이스북 본사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지저분한 이 시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다음은 이 관계자와 일문일답이다.
구구절절 읽는 것 귀찮아할 분들 위해 맨 아래 '다섯 줄 요약'도 있다는 점 미리 덧붙인다.
◆닐로의 '페북 마케팅'은 도대체 무엇인가.
-페이스북 페이지 중 'OOO'(인기 페북 페이지)을 비롯해 유저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다. 한 마디로 거기에 변칙 광고를 게재하는 게 핵심이다. '이 노래가 좋다', '역주행할 노래다', '얼마 전까지 600위였는데 100위 진입했네' 라고 페이지가 일명 '페북픽'을 만들어 계속 추전하고 무작정 떠드는 거다. 10대의 호응? 페이지 인기도에 따라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 게 페북의 '유료 광고'까지 더한 강제노출이다. 이 페이지를 주로 이용하는 유저 연령대는 13~17세 청소년을 타겟으로 한 광고다. 그들은 '어? 이게 뜨는 노래인가?' 하고 별 의미 없이 그 노래를 스트리밍해보는 것이다. 페북은 이런 광고로 떼돈을 벌고 있고 국내 주요 포탈들과 달리 제대로 된 세금을 내거나 책임도 지지않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고 봉이 김선달식 매점매석이다.
◆추가적인 '유료광고'는 또 무엇인가.
-일명 '타겟팅 광고'다. 페이스북 뉴스피드 두번째에 무조건 뜨는, '스폰서' 형식으로 올라오는 광고를 말한다. 홍보를 진행하는 쪽에서 페이스북 측에 "10대 타깃으로 100만원 유료광고 넣겠다"라고 말하면, 페이스북 측은 "100만원 넣으면, 10대 유저 nnn명이 이 광고를 볼 것이다"라고 추정치를 말해준다. 그렇게 유료광고를 넣는거다. 10대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광고에 노출되고 자연히 '이 가수가 뜨나보다'라고 받아들인다. 페이지 유저들이 직접 스트리밍을 돌리는 거니 위법이라 볼 순 없다. (닐로의 사재기 논란이 불거졌을 때 리메즈 측이 "사재기는 아니다" "불법은 없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신종 바이럴 마케팅의 한 방식으로 보인다.-편집자)
◆'SNS 마케팅'의 시작, 또 그 이후로 뜬 가수들은 누가 있나.
-한 중견 뮤지션 혼성그룹의 얼마전 노래가 SNS로 음원성적을 만든 첫 사례일거다. 많은 리스너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독특한 추이로 갑자기 순위가 상승했던 노래들이 몇몇 있다는 걸. 또 SNS가 작정하고 밀어줘서 뜬 가수들도 있다. AA, VV, MM, CH, DII 등등. 이들이 잘못됐다는 뜻 아니다. SNS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뜬 아티스트를 말하는거다. 어쨌든 그 친구들이 지금도 잘 되고 있지 않나.(심지어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또다른 아이돌그룹도 이것과 관련된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퍼지고 있다. 편집자)
◆바이럴 마케팅을 안 하는 가요기획사가 없다. 그런데 뜨는 가수는 따로 있을까.
-다른 회사에서 페이스북 광고에 얼마를 쏟을 때, 이 친구들은 돈을 훨씬 더 쏟아부었으니까. 일반 엔터회사는 앨범 제작비로 인해 바이럴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쓸 수 없다. 자금이 많이 들어가니까. 하지만 페북픽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앨범 제작비가 거의 없다. 그 돈을 페북 마케팅에 들인거다. 특히 '페북픽'에 정통한 모 회사는 소속사라기보다 가수가 곡 만들어서 들고오면 홍보해주고 수익의 일부를 들고가는 에이전트 구조다. 또 따로 엔터사의 요청으로 홍보비를 받아서 다른 곡을 홍보해주기도 하고.
◆ OOO같은 유명 페북 페이지의 경우 유독 한 회사의 가수를 많이 홍보하는 듯 하다.
-OOO은 그 회사의 아티스트를 우선해서 홍보하고, 그들의 콘텐츠를 우선해서 올려준다. OOO이 키우는 가수들이 있는데, 이 회사가 그들의 바이럴 마케팅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아티스트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 다른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거부하기도 한다. 엔터사들이 공들여 만든 아티스트의 좋은 콘텐츠들이 올라갈 기회가 사라지는거다.
◆SNS 바이럴 마케팅의 뒤에 '음원 사재기' 의혹도 있는데
-아마 사재기는 아닐거다. 이제 멜론 차트는 사재기 작업이 되지 않는다. 바이럴마케팅 하는 쪽이 10대, 20대 좋아할만한 음악을 자기들이 마음대로 선정해서 페북에서 밀어보는거다. 그래서 잘되면 잘 되는거고, 아니면 마는거다. (멜론도 최근 이같은 사재기 논란의 진짜 배경에 대해서 눈치챘지만 굳이 거론하지 않는 거란 댓글들도 종종 눈에 띄고 있다. 편집자)
◆사재기가 없다면 새벽 시간대의 비정상적인 음원 순위 추이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 페북 페이지 'OOO' 유저가 거의 100만에 육박한다. 그 관리자가 건당 관리를 하면서 매일 n개씩 콘텐츠를 올리면서 '이 노래가 뜨고 있다', '이 노래가 좋은 노래다'라고 추전하면 수십만명의 유저가 바이럴 마케팅에 동원되는 셈이다. 그럼 OOO의 주 타깃층인 10대 유저들이 음원사이트로 넘어가서 그 노래를 듣는다. 실제 멜론 차트를 움직이는 이들도 10대기 때문에 자연히 순위가 요동친다. '이 곡이 정말 좋아'라고 주장하면 '그런가? 정말 좋은가?' 하게 되는, 그 심리를 잘 이용한거다. 페북 시장은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마케팅 시장을 다 먹었다.
◆한 회사는 바이럴 마케팅에 '노하우'가 있다고 하던데.
-그게 그냥 이거다. 말이 'SNS 매니지먼트', '바이럴 마케팅'이지, 그냥 많은 돈 들여서 페이스북 유저들에게 강제노출 시키는거다. 그게 노하우인거다.
◆'페북픽', 무작정 믿어선 안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음악적으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회사 혹은 페북 페이지가 홍보라는 언급 없이 그들만의 판단으로 음악을 소개한다는 것', 그게 잘못된거다. 전문가가 운영하는 것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 사실은 자기들끼리 페이지를 이용해 홍보 아닌 홍보에 나서면서 속기 쉬운 10대를 현혹한다고도 볼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나.
- 수천만원 씩에 거래된다는 얘기가 많이 돈다. 실제로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다. 당사자만의 거래니까. 그런 식으로 지금 페북과 유투브에서 강자로 군림한 모 회사는 여러 페이지를 각각 수천만원씩 주고 샀다는 의혹도 가진 적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페이지를 사서 홍보를 하는거다. 공정위도 여기에 손 쓰지 못할거다. 페북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바뀌기 힘들 걸로 보인다.
◆공정위는 "금전관계 있을 시 홍보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처벌 가능하다"고 하더라. 각설하고, 페이스북 정책의 문제점은 뭔가.
-페이스북은 외국 기업이다. 페이스북이 마케팅 시장의 돈을 긁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맞는 서비스는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페이지에 문제가 있어서 페북 코리아에 항의하면 '우린 모르겠으니 해외 본사에 문의하세요'라는 식이다. 페이스북 본사, 페이스북 코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리나라 생리에 맞게 바이럴마케팅 시장에 법적인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안그럼 페이스북은 점점 지저분해지고 돈을 써야만 하는 구조로 가게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인스타그램도 머지않아 똑같이 될 거다.(유튜브도 이런 문제점들에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이번 탐사 취재의 정황 가운데 하나였다. 편집자)
◆페이스북 바이럴마케팅의 또 다른 문제점은 없나.
-SNS 바이럴마케팅을 제대로 하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들끼리 단합이 가능하다는거다. '교차게시'라는 게 있다. 하나의 게시물을 A가 운영하는 페이지, B가 운영하는 페이지, C가 운영하는 페이지에 교차로 업로드하는거다. A 페이지에서 조회수 100, B페이지에서 조회수 100 등이 나온다 치자. 그럼 메인 페이지에서는 그게 다 합산된 조회수가 나온다. 심하게는 100개의 페이지에 교차게시되고, 메인페이지 조회수가 100만이 나오게 되는거다. 그게 사람들을 혼란하게 만든다. '이 영상이 뭔데 100만뷰가 넘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한 번 보게 만드는거다. 사실은 수많은 페이지의 동영상 조회수를 다 합친 건데 말이다.
◆페이스북 저작권 문제는 괜찮나?
-저작권도 문제다. 하나의 콘텐츠에는 '소유자'가 있다. 곡을 부른 사람, 영상을 찍은 사람, 작곡가, 작사가 등등. 하지만 페이스북은 저작권 침해 제재가 없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그냥 화제 될 것 같은 영상 들고가서 업로드 시키면 그게 끝이다. 유튜브의 경우 정식으로 항의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경우엔 '내려달라'고 말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 남의 콘텐츠로 페이스북 페이지가 이득을 취하는 거다.
◆그럼 콘텐츠를 만든 엔터사가 페북 페이지와 페북 측에 더 강력하게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한 페북 페이지가 저작권 생각 안 하고 콘텐츠를 마음대로 올렸는데 그게 100만뷰가 나왔다 치자. 엔터사는 화가 나지만, 어쨌든 자사 아티스트 홍보가 된 것 아니냐. 그걸 어떻게 내리라고 하나.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페이스북 본사, 페이스북 코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리나라 생리에 맞게 바이럴마케팅 시장에 법적인 조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아마 페이스북 고소하고 싶을 업계 관계자들, 정말 많을 것이다.
※이 인터뷰, 이것만 읽으면 된다! 다섯 줄 요약!
①인기 페북 페이지 A, 건당 수십만원 이상 받고 콘텐츠 게재해준다. 공정위 지침 상 돈 받으면 '홍보 중'이라고 명시해야 하지만, 대부분 명시하고 있지 않다.
②리메즈의 바이럴 마케팅 노하우? 10대 청소년 위주로 광고 강제노출,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페북 페이지에 '콘텐츠 우선 게재'하기. '우선 게재'의 비법? 페북 페이지가 키우는 가수의 바이럴 마케팅.
③'페북픽'은 속고 속이는 홍보판, 유저 많은 페이지를 사들이고 거기서 자사 아티스트를 홍보한다. 그럼 공정위 지침에 위반되지 않는다!
④물론 위법은 아니다. 어반자카파 '널 사랑하지 않아'를 시작으로, 펀치, 멜로망스, 문문, 윤딴딴, 치즈 등이 성공적인 SNS 바이럴 마케팅으로 뜬 대표적인 가수. 그 다음이 장덕철과 닐로. '음원 사재기'는 없다.
⑤진짜 위법은 이거다. 일부 페북 페이지 운영자는 엔터사가 만든 콘텐츠를 저작권 생각없이 막 올린다. 엔터사 피해 상당하다. 하지만 페북 코리아는 '해외 본사에 물어봐라' 나몰라라.
/jeewonjeong@osen.co.kr
[사진] 리메즈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