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누나’ 손예진과 정해인의 로맨스가 내가 겪었던 ‘진짜 연애’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에서 ‘그냥 아는 사이’였던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는 ‘진짜 연애’를 시작했다.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는 등 평범한 데이트를 즐기고, 낭만적인 첫 키스를 나눴다. 그런데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의 연애가 시청자들에게 지나간 사랑, 혹은 현재의 연애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현실 연애이기 때문. 매일이 드라마틱한 이벤트인 연애는 현실엔 없다.
3년 만에 만났지만 장난을 치며 웃었던 진아와 준희. 어색함이라곤 1도 없던 사이에 어색한 순간 순간이 찾아왔고, 그걸 특별한 감정으로 일깨워준 건 주변 사람들이었다. 진아는 준희에게 관심을 갖는 동료 강세영(정유진)이 신경 쓰였고, 준희는 진아의 전 남자친구의 집착 때문에 분노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생겨난 질투로 인해 상대방이 나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누나와 동생 사이에 ‘썸’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준희는 꾀병을 부려가며 진아를 가맹점까지 데려다줬고, 진아는 준희가 자신을 데리러온다는 말에 일이 힘든 줄도 모를 정도로 신이 났다. 친구들 사이에선 선수라 불리는 준희는 유독 진아 앞에선 서투른 모습도 보였다. 고백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정작 입으론 “만약에 내가, 내가 아니라, 나 내일 밥 사달라면 사주나”라고 애둘러 물었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천하의 준희도 떨렸다.
용기를 내 타이밍을 잡은 건 진아였다. 갑자기 진아가 손을 잡자 깜짝 놀랐던 준희도 이내 진아의 손을 놓치 않았다. 장미꽃과 풍선을 휘날리며 촛불길을 걸어야 하는 거창한 고백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진심이 통한 것만으로도 짜릿했다. 밤새 통화를 하다가 잠들고, 상대방 말 한마디가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별것도 아닌 말에 웃고 있었다.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전쟁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한 통이 더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연애”라는 안판석 감독의 설명과 일맥상통하는 상황. 지극히 평범하게 연애의 기승전결을 밟아가는 진아와 준희의 모습이 마치 내가 했던, 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 할지도 모르는 연애 이야기처럼 와닿는 이유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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