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젠더권력을 가진 기득권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조금 더 편한 시각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던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방송인 유병재가 사과했다. 유병재는 11일 자신의 공식 팬카페에 '나의 아저씨'를 언급한 게시글과 그에 따르는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 사건의 발단은 유병재가 '나의 아저씨'에 대한 칭찬글을 팬카페 올린 것이었다. 유병재는 "작가님, 감독님, 배우님들은 하늘에서 드라마 만들라고 내려주신 분들인가보다. 김운경 작가님이 젊어지시면 이런 느낌일까. 이런 대본을, 이런 대사를 쓸 수만 있다면 정말 너무 좋겠다"고 작품을 추천했다.
유병재가 처음으로 올린 글의 내용은 드라마의 전개와 대사에 대한 칭찬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나의 아저씨'를 보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팬들의 지적이었다. 유병재에게 댓글을 남긴 팬들은 극중 이지안(이지은 분)이 이광일(장기용 분)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유병재는 '나의 아저씨'에서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캐릭터가 옳지 않은 가치관을 가진 것일 뿐 작품이 옳지 않은 가치관을 가진 것이 아니고, 꼴 보기 싫은 사회 현상을 언급하고 제시하는 것 만으로도 작품이 거부당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미 '나의 아저씨' 속에서 광일(장기용 분)이 지안(이지은 분)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장면은 논란이 됐다. 당시에는 사연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후에 지안이 광일의 아버지를 죽인 사연이 밝혀졌다.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드라마 속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광일이 지안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것도 납득이 됐다. 광일이 지안을 때리는 장면을 단순히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한 것도 논란을 만들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지상파에 비해서 케이블에서는 이보다 훨씬 잔혹한 묘사가 그려진적도 있었지만 이 정도로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불편해하는 이들은 없었다.
유병재가 '나의 아저씨'에 대한 칭찬을 SNS가 아닌 팬카페에 올린 것은 좋은 작품을 팬들과 함께 나누고픈 순수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유병재의 추천이 논란이 된 것은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과 함께 40대와 20대의 사랑이라는 불편한 설정을 거부하는 이들이었다. 유병재가 '나의 아저씨'를 칭찬한 것처럼 누구라도 인터넷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 할 수 있다. 적어도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드라마를 보는 것이 먼저다. 드라마를 보지 않거나 보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들이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토로하고,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사과하는 과정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유병재는 자신으로 인해서 갈등과 다툼이 조장 된 것이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유병재가 '나의 아저씨'를 칭찬한 내용이 갈등과 다툼을 조장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유병재의 글은 구실에 불과하고, '나의 아저씨'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하고 있는 이들의 아집이 갈등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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