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이 오는 17일 진행되는 새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의 언론시사회에 불참한다는 게 사실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을 만날 생각이 없다는 그의 생각이 얼마나 굳건한지 다시 한 번 단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배급을 맡은 전원사와 무브먼트 측은 1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4월 25일로 개봉을 확정한 홍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가 17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개최한다”면서도 “언론 배급 시사회는 상영 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지 않으니 이 점 기자님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국내 관객들의 호감은 잃은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홍상수와 김민희는 실망을 안겼다. 당최 말이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는 괜한 비난으로도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 아내와 법적으로 완벽하게 이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하는 사이라고 공언하는 것은 국내 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이들이 지난해 3우러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언론배급시사회 및 각종 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들의 관계가 분명 올바른 사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을 게다.
물론 덮어 놓고 두 사람 사이를 불륜으로 매도하며 자판기만 두드리며 비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들이 사생활 문제로 인해 해외 활동에만 전념하며 국내 관객 및 취재진을 무시하는 것도 올바른 행동은 아닐 터다. 자기네들 입장에서는 작품 이외의 질문이 나올 것을 우려해 안 나오겠다고는 하지만 높은 명성을 자랑하던 ‘홍상수 월드’답지 않게 소극적으로 비춰진다.
자신들의 관계가 당당하다면 마땅히 대중 앞으로 나와야만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홍상수와 김민희는 충무로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 감독과 톱배우이다. 매년 수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규모가 크고 인기도 높아서다. 물론 불륜설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실력까지 평가절하된 것은 아니다.
홍 감독과 김민희가 비난 여론을 감내하면서 자신들에게 신뢰를 보내주는 최소한의 관객들 및 취재진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고 김민희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사생활에 신경 쓰느라 제 평판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일이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제는 국내 취재진부터 다시 훑어보기 바란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