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이 축포를 터뜨렸다. 기대하지도 않았고 예상에도 없던 220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으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체험형 공포’를 향해 뜨겁게 달아오른 관객들의 관심이 쉽사리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곤지암’은 어제(8일) 하루 17만 5735명을 동원해 17만 6577명이 본 ‘레디 플레이어 원’에 이어 일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곤지암’의 누적 관객수는 224만 8495명. 손익분기점(70~80만 명)의 약 세 배에 달하는 수치로 흥행을 거둔 결과이다.
이제 ‘곤지암’에 남은 것은 한국 공포영화 1위에 등극한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을 깰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이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2003년 개봉한 ‘장화, 홍련’은 314만 6217명의 관객들을 동원해 한국형 공포 스릴러의 새 역사를 썼다. 현재까지도 ‘장화, 홍련’의 위엄을 위협하는 공포물이 나오지 못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새 기록을 세우고 있는 ‘곤지암’이 그 장벽을 넘을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됐다.
한국 공포 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준 ‘기담’(2007)과 옴니버스 형식의 ‘무서운 이야기’(2012~2013) 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공포 장르에 도전하며 연출력을 입증한 정범식 감독이 다시 한 번 ‘곤지암’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한국형 공포물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곤지암’이 ‘장화 홍련’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 중 하나는 1020세대들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데 거리감이 없는 젊은 세대들이 뜨거운 호응을 자아내며 놀라운 입소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다가올지 모르는 의문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속에 날 것 그대로 전해지는 청각의 공포로 스릴을 높이는 ‘곤지암’. 배우들의 얼굴과 시점을 동시에 촬영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카메라 앵글은 관객들에게 마치 공포 체험단의 일원이 된 듯한 몰입과 생생한 공포감을 느끼게 해준다.
폭발적인 호평 세례와 역대급 반응으로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곤지암’이 앞으로 어떤 성적표를 거머쥐게 될지 주목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