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 신드롬이다.
이름값 있는 스타 배우 하나 없는 이 공포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대작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군림하고 있어서다. 정말이지 기적에 가깝다. 톱스타 배우들의 출연이 영화 흥행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8일 오전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곤지암’은 어제(7일) 하루 22만 6639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5일 개봉한 코믹 로맨스 영화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이 이날부터 이틀 연속 1위를 차지했었는데 ‘곤지암’이 7일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하며 역주행 史(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흥행 속도로 봐서는 250만 돌파도 충분해 보인다.
사실 ‘곤지암’이 개봉 전에 독특한 형식의 공포 영화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화제몰이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흥행하리라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기획력의 승리, 실험정신이 통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톱스타 하나 없는 ‘곤지암’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법은 정범식 감독의 연출력이다. 북미식 체험형 공포 ‘블레어 위치’(2016), ‘그레이브 인카운터’(2016)의 콘셉트를 따오긴 했지만 여기에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를 녹여내 새로운 공포물을 만들어냈다.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정신병원에 비밀이 있다고 직감한 이들이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병원으로 향해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마주한 과정을 담아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한편 ‘곤지암’은 한국의 곤지암 정신병원이 미국 CNN에서 선정한 7대 기이한 장소로 선정되자 공포마니아 호러타임즈가 적절한 멤버들을 선정해 함께 정신병원 내부를 체험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들은 정신병원 내부의 모습을 촬영하고 기이한 현상들을 겪으면서 이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방송한다. 결국 100만 뷰를 돌파하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한국 공포 영화에서 익히 보았던 억울한 귀신들의 한과 복수 등 공포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나 가슴 절절한 사연은 배제하며 오로지 공포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서는 시도해본 적 없는 체험 공포라는 소재로 공포 장르에 도전한 정범식 감독은 영화의 기획부터 로케이션 촬영, 미술, 사운드 등 모든 분야에서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고 공포감을 유발하는 효과음을 배제하는 등 파격적인 제작 방식을 통해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폐허가 된 정신병원에 온 듯한 생생한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영화 속 주인공이 돼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리얼리티까지 선사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