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명민의 연기는 흠잡은 데 없었다.
지난 3일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2회에서는 A송현철(김명민 분)의 몸에 B송현철(고창석 분)의 영혼이 들어가면서, A송현철이 죽기 직전 살아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전개됐다.
사망 판정을 받고 화장 직전 숨통이 트이며 깨어난 A송현철은 살아났다는 것에 안도했지만, 거울 속 얼굴은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어머니라고 불러야 할 황금녀(윤석호 분)에게는 "어르신", 아내라고 불러야 할 선혜진(김현주 분)에게는 "아주머니"라고 호칭했다.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도 한 마디로 환장할 노릇.
A송현철은 B송현철의 아내 조연화(라미란 분)을 만나기 위해 옥상에서 소방 호스를 붙잡고 뛰어내렸고, 친구 딱풀이(최병모 분)와 함께 병원 탈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조연화는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할 뿐, 속사정은 알 수 없었다. 처음 보는 남자가 집 앞에 찾아와 남편이라고 우기니 분노만 폭발했다. 문전박대당하고 돌아온 A송현철은 사실을 말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고, 당장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오열하기도 했다.
김명민은 앉아있는 자세, 걸음걸이, 말투, 표정 등 1회에서 보여준 성공밖에 모르는 이중인격 A송현철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B송현철의 영혼이 빙의된 A송현철은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고, 김명민은 고창석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듯한 연기를 보여줬다.
또한, 김명민은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코미디부터 진짜 가족에게 다가갈 수 없는 한 남자의 슬픔을 동시에 표현했다. 죽었던 사람이 영혼이 바뀌면서 살아나는 판타지 설정에 김명민의 연기가 더해지니, 보는 재미와 몰입감도 높였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3일 방송된 '우리가 만난 기적' 2회 시청률은 9.2%(전국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1회가 기록한 8.2%에 비해 1%P 상승한 수치다. 경쟁작 SBS '키스 먼저 할까요'를 0.8%P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연출은 맡은 이형민 PD는 앞서 "이 드라마는 무조건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해야 했다. 시작할 때부터 김명민을 생각했고, 이번 드라마의 승부수는 연기다"고 밝혔다. 향후 백미경 작가가 집필한 대본을 통해 김명민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2005년 종영된 '불멸의 이순신' 이후 13년 만에 KBS에 돌아온 김명민은 '우리가 만난 기적'으로 또 하나의 인생작을 예고하고 있다./hsjssu@osen.co.kr
[사진] '우리가 만난 기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