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생민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를 결정한 가운데 지난 26년 동안 그가 걸어온 파란만장한 방송사(史)를 살펴봤다.
지난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하게 된 김생민은 크게 활약을 펼치지 못하자 1997년 KBS2 '연예가 중계'의 리포터로 합류해 21년간 장수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연예가중계 리포터 2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출연 소감을 전했으며, 최근엔 자신의 이름까지 걸고 '김생민의 수상한 베스트 별별랭킹'을 진행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MBC '출발! 비디오여행', SBS 'tv동물농장' 또한 김생민이 리포터로서 오랫동안 출연한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렇듯 김생민은 어디를 가나 화제를 모으는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리포터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20년 넘게 착실하게 활동해온 스타 중 하나였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해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송은이, 김숙과 함께한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었다. '그뤠잇', '스튜핏'이라는 참신한 유행어와 그만의 알뜰 전략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고 '김생민의 영수증'이 KBS2의 고정 예능에 안착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김생민은 기존에 출연하던 프로그램 외에도 tvN '짠내투어', MBC '전지적 참견 시점', MBN '오늘 쉴래요?', EBS '호모 이코노미쿠스 시즌2' 등에 새롭게 합류했고, 시사 교양 YTN '원 포인트 생활상식', MTN '김생민의 비즈정보쇼'까지 더하면 10여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었다. 여기에 수십개의 광고 계약도 체결하며 그야말로 모두가 인정하는 제1의 전성기를 보내게 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지난 2일 발생한 성추행 의혹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한 매체가 김생민이 지난 2008년 프로그램 회식 중, 스태프A, B씨를 성추행한 의혹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김생민 측은 B씨에게는 10년 전 이미 사과했고, 최근 A씨의 얘기도 전해 듣고 직접 만나 용서를 구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그는 소속사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김생민의 입장 발표로 그가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들은 깊은 고심에 빠졌고, 김생민 또한 지난 3일 소속사를 통해 "현재 출연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 큰 누를 끼칠 수 없어 제작진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하차 의사를 전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프로그램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결정을 내린 것.
이에 그가 출연 중이던 10개 프로그램들도 그의 하차를 수용하고 나름대로의 방침을 내놓고 있는 상태. 'tv동물농장', '전지적 참견 시점'은 편집을 선택했으며 '짠내투어'와 '오늘 쉴래요'는 편집 및 결방을 발표했고, 김생민의 이름을 내세운 '김생민의 영수증2'는 부득이하게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이 모든 일이 김생민의 성추행 관련 논란이 보도된 이후 단 이틀 만에 이뤄진 셈이다.
이처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지 하루 만에 사과는 물론 자진 하차를 결정하며 자신의 제1의 전성기를 스스로 마감하게 된 김생민. 그가 출연하던 프로그램들은 어느 정도 정리된 모습이지만 아직 다수의 광고 계약에 대한 책임도 남아있기에, 아직 그의 숙제는 아직 많이 남아있어 보인다. 결국 김생민은 리포터로서 다른 연예인들에게 비해 평탄하게 살아온 편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성공과 성추행 의혹으로 7개월 만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게 됐다. / nahe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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