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소영이 얼음공주 같은 차가운 이미지에서 동네 언니 같은 편안한 매력으로 시청자에게 성큼 다가왔다. 배우 정소영과 인간 정소영 가운데에서 고민하던 그는 남편의 조언 덕에 편안함을 찾았고, 이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소영을 빛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배우 정소영은 1999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내년이면 데뷔 20년차인 그는 각 방송사를 오가며 수많은 드라마에 참여했다. 그 중에서 그의 ‘인생캐’를 꼽는다면 단연 2002년 드라마 ‘야인시대’의 박인애와 올해 종영한 KBS 2TV 드라마 ‘황금빛 내인생’ 선우희다. 두 캐릭터 모두 첫사랑이란 공통점이 있어 ‘첫사랑 아이콘’ 정소영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두 번째 ‘인생캐’ 경신이라고 말해줬다. 특히 ‘황금빛 내인생’에서는 ‘40대 첫사랑’이라는 별명을 불려서 행복했다. 데뷔 20년을 바라보는 중에 대표작을 두 개나 만난 건 좋은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첫사랑 이미지가 나이를 먹으니 좀 민망하다는 말을 파트너인 최귀화씨에게 한 적이 있다. 최귀화씨가 ‘난 대표 이미지가 악역, 거지 이런 거다. 그거보단 낫지 않냐’고 말해줬는데 그걸 들으니 좀 나아지더라.(웃음)”
‘황금빛 내인생’은 시청률 45%를 넘기는 대기록을 세운 후 괌으로 포상휴가까지 가게 됐다. 정소영은 아쉽게도 아직 어린 아기 때문에 휴가를 함께 가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이가 아직 어린데 작품에 들어간 게 쉽진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정소영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워킹맘이다. 아이가 엄마 손을 많이 탈 때여서 더욱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작품이 너무 좋았는데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게 쉽지 않았다. 배우인 남편(오협)과 함께 고민했는데 작품을 보며 둘 다 ‘무조건 해야 한다’는 촉이 왔다. 강단에 서고 있는 남편이 마침 학교 방학을 맞았고, 내가 카페 운영을 하는 캐릭터라 주로 오전신이 많아서 오후 7시 전엔 촬영이 대부분 끝났다. 거기에 내가 드라마가 끝나자 남편이 개강을 했다. 모든 타이밍이 환상이었다.(웃음) 그렇게 딱 타이밍이 맞는 걸 보면서 ‘할 운명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황금빛 내인생’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대선배 천호진이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며 “연기의 끈을 놓지 말자”고 또 한 번 다짐했다는 정소영. 특히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면서 문득 ‘나의 연기 인생은 언제까지일까’ 고민했던 자신에게 ‘노력은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준 천호진의 대상은 많은 용기를 줬다고 한다. 데뷔 후 거의 20년을 연기하면서도 이제야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며 정소영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연기 전공도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데뷔를 한 나는 준비된 연기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배우란 타이틀이 부담스러웠다. 아직 사랑을 받을 준비도, 줄 준비도 안 됐고, 그러다보니 사람 앞에 나서는 게 두려웠던 적도 있었다. 결혼 후 남편에게 ‘인간 정소영과 배우 정소영이 매치가 잘 안된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남편이 내게 받아들이고 즐기라고 조언해줬다. 남편 덕에 두 존재의 교집합을 잘 찾아낼 수 있었고, 지금은 인간 정소영과 배우 정소영이 적절하게 잘 섞였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날카롭고 예민해보였던 이미지가 지금은 편안한 이미지로 바뀐 것 같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것 아닐까.”
정소영은 “마음의 준비가 됐으니 달리는 것만 남았다”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지금의 나는 과거와 달라졌고, 스스로 푸근한 언니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미소짓는 정소영. 그는 최근 ‘해피투게더’와 ‘토크몬’ 등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며 그 편안한 매력을 발산해 화제를 모았던 바다. “이런 이미지에서 또 다른 가지를 뻗어나가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겠다”며 또 다른 20년을 향한 기대를 드러냈다.
“‘토크몬’ 출연할 때 강호동씨가 내가 많이 달라져서 몰라봤다고 한다. ‘천생연분’에서 만날 때에는 새침했었는데 지금은 편안한 매력이 있어 놀랐다고, 이런 매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강호동씨도 내게 예능 잘 맞을 것 같다고 해줬다.(웃음) 육아예능도 욕심나지만 아직은 아이가 어리니 저 혼자 나가는 예능은 언제든 좋다. ‘도시녀’나 ‘유부녀’, ‘센 이미지’나 ‘첫사랑’ 등 내 안에 다양한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주인공 언니나 누나처럼 주변인이면서도 내 안의 이미지 중 하나를 뽑아내 편안한 매력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에 돌아오고 싶다.”/ yjh030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