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로 품은 가스파리니, 우승으로 전한 '이별 선물'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3.31 06: 35

기적적으로 찾아와 최고의 선물을 남겨줬다. 미차 가스파리니(34·대한항공)와 대한항공의 이야기다.
지난 2016-2017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직전해를 4위로 마쳤던 대한항공은 전체 구슬 140개 중 20개를 추첨기에 넣었다. 14%의 확률.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대한항공이 전체 1순위 선택권을 안게 됐고, 박기원 감독은 '미차 가스파리니'의 이름을 불렀다.
운명과 같이 찾아온 첫 만남. 2012-2013년 현대캐피탈에서 뛰면서 V-리그 경험을 갖고 있던 가스파리니는 대한항공의 에이스로 훨훨 날았다. 2016-2017 시즌 서브 성공률 1위(0.626%), 득점 5위(823점), 공격성공률 6위(51.59%)를 기록하며 다양한 공격 부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그해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우승 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5차전 접전 끝 패배했고, 가스파리니와 대한항공 모두 아쉬움 속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대한항공에서 2년 차를 맞은 가스파리는 여전히 날카로운 서브(0.676%)를 앞세워 대한항공의 주포로 활약했다. 전체적인 공격성공률(49..18%)는 다소 떨어졌지만,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대한항공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꺾고, 이번에는 도전자 입장에서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 '리벤지 매치'를 성사시켰다.
많은 경기를 치러 체력적인 부침이 있을 법도 했지만 대한항공은 훨훨 날았다. 1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내줬지만, 2차전부터는 압도했다. 중심에는 가스파리니가 있었다.
1차전 패배 후 다소 분위기가 떨어질 수 있던 가운데 가스파리니는 2차전에서 공격점유율 54.67%를 가지고 간 가운데 공격성공률 63.61%를 보이며 홀로 31점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3-0으 완승을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차전에서도 가스파리는 지치지 않았다. 이날 역이 46%의 공격 점유율 속 22득점(공격성공률 48.72%)로 챔피언으로 가는 길에 앞장섰다. 그리고 마지막 4차전에서도 가스파리니는 22득점(공격성공률 50%)를 기록하며 양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며 대한항공의 초대 챔피언 등극에 1등 공신이 됐다.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던 대한항공과 가스파리니지만 다음 시즌에 동행은 미지수다. 규정상 외국인 선수 계약 연장은 1년만 가능하다. V-리그와 이별을 하거나 계속 뛰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트라이아웃 시장에 나와야한다. 대한항공에서 다시 볼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처음 만났을 때 그 때의 확률처럼 희박하다.
가스파리니는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라고 향후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의 이별의 갈림길에 가스파라니는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며 서로의 앞날을 응원할 수 있게 됐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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