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V1] 지옥의 레이스 견딘 대한항공, 우승 자격 마땅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3.30 20: 30

13일 간 7경기, 26세트라는 지옥의 레이스를 견뎌내고 사상 첫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우승팀의 자격을 갖추기에 마땅한 정신력과 경기력을 선보였다.
대한항공은 지난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0(25-22, 25-17, 25-20)으로 꺾었다.
이로써 챔피언결정전 전적 3승1패를 만든 대한항공은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역대 첫 챔피언결정전 왕좌를 거머쥐는 쾌거를 누렸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그 어느 시즌보다 우승에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무서운 상승세에 ‘업셋’ 우승을 헌납하며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우승 후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만큼 페이스가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시즌 초중반까지도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고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5라운드 전승을 거두며 상승기류를 탔고 6라운드에는 삼성화재와 2위 싸움을 펼칠 위치까지 올라섰다.
봄 배구는 기정사실이었지만 어느 자리에서 맞이하느냐가 중요했다. 정규시즌 2경기를 남겨두고 4위 KB손해보험의 봄 배구 탈락이 확정됐고, 그때까지 대한항공은 2위 삼성화재를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결국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서야 노선을 택했다. 2위를 무리하게 노리지는 않았지만 정규시즌 막판까지 혈전을 치르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대한항공이 정규시즌 36경기 동안 치른 세트 수는 143세트로 전체 3번째에 해당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3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고 지난 18일 삼성화재와의 3전 2선승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지난해 준우승의 아픔을 씻어내고 첫 대권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지옥의 레이스’였다. 그나마 플레이오프를 2경기로 끝낸다면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3일의 휴식을 맛볼 수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성립되지 않았다. 험난한 여정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한 대한항공이었다. 3차전까지 가야만 다음 단계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상황. 확률은 극히 낮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패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은 단 8%에 불과했다(13번 중 1번). 그러나 대한항공은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이 8%의 확률을 극복했다. 이어진 2경기를 내리 세트 스코어 3-1로 따내면서 현대캐피탈과 리벤지 매치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대망의 챔프전. 이미 체력은 고갈된 상태. 1차전을 끈질기게 달라붙었지만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5세트는 3번의 듀스를 거친 끝에 16-18로 패했다. 체력과 정신력 모두 한계에 봉착해 걷잡을 수없이 무너질 수 있었다. 1차전을 패하면서 시리즈 뒤집기 확률은 23.1%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23.1%의 확률마저 잡아내기 위해 다시 한 번 도약했다. 2,3차전을 내리 3-0 셧아웃 승리로 따냈다. 기세는 이미 대한항공의 편.
결국 4차전마저 잡아내면서 대한항공은 13일 간 7경기, 26세트의 여정을 이겨냈고 사상 첫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며 봄 배구의 끝자락에서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jhrae@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