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V1] ‘준비와 믿음’ 2% 채운 대한항공, 드디어 훨훨 날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30 20: 30

준비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 이전에 조금씩 모자랐던 부분을 채운 대한항공이 드디어 훨훨 날았다. 숱한 고비를 이겨내고 드디어 정상에 우뚝 섰다.
대한항공은 3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현대캐피탈과의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그간 정규시즌 우승 경력은 있었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력은 한 번도 없었던 대한항공이었다. V-리그 출범 이후 삼성화재·현대캐피탈 ‘양강 체제’를 깨뜨릴 유력주자로 매년 평가됐음에도 뒷심이 약했다. 전력 자체는 타 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큰 무대에서 뭔가가 없었다. 혹자는 그것을 우승 팀만이 가질 수 있는 ‘DNA’라고 했다.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무너지며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그런 대한항공의 올 시즌은 힘겨웠다. 시즌 전 여전히 강호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잦은 악재에 초반에는 휘청거렸다. 믿었던 김학민의 컨디션은 올라오지 않았고, 주전 세터 한선수와 주포인 가스파리니의 호흡에 불일치가 보였다. 중앙 속공수들은 부상에 시달렸다. 한 살씩을 더 먹은 예전의 주축 선수들은 전성기가 끝난 듯 보였다. 한때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순위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박기원 감독은 차분하게 때를 기다렸다. 서브와 같은 선수들의 장점은 장려하면서, 치고 올라갈 때를 기다렸다. 결국 대한항공은 시즌 막판 좋은 흐름을 타며 분위기를 바꿨다. 정지석과 곽승석이 왼쪽 날개를 책임졌고, 한선수가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고군분투하던 가스파리니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벤치와 선수 사이, 그리고 선수와 선수 사이의 믿음도 강했다. 많은 준비를 했으니 그 노력이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다. 강한 훈련으로 유명한 박기원 감독도 시즌 막판 그 믿음을 봤다고 했다. 때문에 포스트시즌 일정 중 경기가 없는 휴식일에는 아예 훈련을 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어마어마하게 불안했다”고 털어놨지만, 선수들은 박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삼성화재전)에서만 3경기를 치렀다. 모두 혈전이었다. 여기에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하루 쉬고 경기를 하는 힘겨운 일정이 이어졌다. 모든 구성원들이 “체력은 바닥”이라고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우승에 한이 맺힌 선수들의 절박함은 체력 문제도 지웠다.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2패를 기록하고도 막판에 뒤집힌 지난 시즌의 생각하며 칼을 갈았다. 이처럼 기본적인 전력은 물론, 우승을 위해 필요한 2%를 채운 대한항공은 우승이라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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