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수록 슈퍼스타' 김연경 vs '갈수록 부진' 리잉잉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3.29 06: 05

결국 에이스 힘의 차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30•상하이)은 챔프전을 치를수록 슈퍼 스타로 빛나는 반면 '괴력 소녀' 리잉잉(18•톈진)은 큰 경기에서 능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는 톈진과의 2017~2018 중국여자배구 슈퍼리그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3승 2패로 앞서 있다. 홈에서 열리는 6~7차전에서 1승만 보태면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다. 김연경이 리잉잉과의 에이스 대결에서 압도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챔프전을 앞두고 중국 언론은 김연경과 리잉잉의 에이스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팬들의 기대에 비추어 볼 때 챔프전에서 천재 십대 리잉잉과 재능있는 마스터 김연경의 대결이 주목된다"고 했다.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과 이에 맞서는 10대 중국 소녀. 이야기거리는 풍부하다. 김연경과 리잉잉은 192cm로 키도 같다.

리잉잉은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득점 1위에 올랐다. 매 경기 25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젊은 체력을 앞세워 팀 공격의 50% 가까이 책임졌다. 1차 예선리그에서 상하이와 경기에선 45득점, 중국여자배구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중국대표팀 에이스 주팅(터키 바키프방크)의 43득점이었다. 상하이로선 최대 경계 대상이었다. 
리잉잉은 챔프전 1차전 31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앞장섰다. 3차전까지 리잉잉은 경기당 평균 30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톈진은 2승1패로 앞서 나갔다. 
3차전까지 김연경이 부진했다기 보다는 상하이가 장점인 조직력과 수비력이 흐트려졌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세터 미양의 토스는 최악이 됐다. 김연경이 에이스임에도 공격 점유율은 20% 중반에 그쳤다. 상하이 동료들이 김연경을 100%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슈퍼스타 자질을 발휘했다. 
# 김연경-리잉잉 득점&공격점유율&공격성공률 비교
경기       김연경                    리잉잉              승리팀
1차전  13점(24.8%-40%)    31점(42.9%-51.9%)   톈진(3-1)
2차전  26점(33.8%-42.3%)  28점(46.7%-31.6%)   상하이(3-1)
3차전  16점(26.4%-38.5%)  31점(47.3%-36.6%)   톈진(3-1)
4차전  14점(29.4%-48.0%)  18점(43.9%-42.5%)   상하이(3-0)
5차전 22점(33.3% 62.1%)  21점(41.5%-45.5%)    상하이(3-0)
*()은 공격점유율-공격성공률
4차전, 김연경은 본업인 공격 뿐만 아니라 '디그 요정'일 정도로 수비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5차전이 압권이었다. 김연경은 29차례 공격 시도에서 18개를 성공, 공격성공률을 무려 62.1%를 찍었다. 양 팀 최다인 22득점. 모처럼 세터 미양이 후위에 있는 김연경에게 볼을 공급, 화려한 백어택도 마음껏 선보였다. 
리잉잉은 파워는 좋지만 아직 10대, 세기와 경험은 부족하다. 챔프전을 치를수록 오히려 12살 젊은 리잉잉이 체력 부담을 느꼈다. 많은 공격 횟수가 누적돼 3차전이 끝난 후 어깨 통증도 생겼다. 강약 조절 능력이 떨어져 강타 일변도인 리잉잉이 먼저 지친 것이다.  
중국 언론은 올해 챔프전이 7전4선승제로 길어져(지난해는 5전3선승제), 베테랑이 많은 상하이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톈진보다 체력전에서 불리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김연경은 필요할 때만 강스파이크를 때린다. 체력 안배를 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결정적인 승부처에선 힘을 낸다. 코트 구석을 찌르는 연타, 상대 블로커를 이용해 터치아웃 등 배구 센스가 뛰어나다. 동료들을 이끄는 게임 리딩 능력도 뛰어나다.
5차전이 끝난 후 시나스포츠는 "김연경의 파워는 높은 공격성공률 뿐만 아니라 키 볼을 다루는 능력(승부처 결정력)이 뛰어나다. 공격의 강약 조절 능력이 있고,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연경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평균 22.5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중국대표팀의 장창닝, 득점 2위 리징, 블로킹 1위 위안신웨 등 장쑤의 '어벤져스급' 라인업을 무너뜨렸다. 챔프전에서 득점 1위 리잉잉의 괴력을 잠재우고 있다. 상하이는 오는 31일 열리는 6차전에서 승리하면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통합 우승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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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국여자배구 챔프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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