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연희단 거리패 극단 출신이라고 밝힌 배우 김보리(가명) 씨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통해 배우 곽도원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폭로한 뒤 급하게 해당 글을 삭제했다. 지난 2월 25일에도 한 극단에 속했던 배우가 같은 갤러리를 통해 과거 곽도원에게 성희롱을 당했었다는 글을 게재했지만 이 글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이에 곽도원을 둘러싼 미투는 해프닝이자, 미투의 희생양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한 달 여 뒤인 3월 28일 오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곽도원을 향한 폭로가 터지면서 또 한 차례 논란을 야기했다. 이번에는 연희단 거리패에 소속됐던 배우 김보리 씨다. 무엇보다 前이윤택 대표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배우들이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녀는 용기 있게 폭로를 했지만 가명을 쓴 점, 피해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 점, 글 게재 이후 곧바로 삭제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잃고 있다.
김씨는 이날 “저는 이윤택의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윤택 측으로부터 어떠한 회유도 받지 않았다”고 밝히며 “그(이윤택)로부터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미 10년 넘게 고통을 받아왔고 용기 내 성폭력 사실을 고백했음에도 저의 일상을 파고들어 몸과 마음을 망치는 아픈 기억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저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도원과 그의 소속사 대표 겸 변호사 임사라에 대해 “임 변호사의 꽃뱀이라는 단어는 이윤택의 성기 안마보다 더욱 자극적이며 논란을 생성해낼 수 있는 파급력이 큰 단어”라며 “임 대표는 (24일 만남을 가졌던 4인 중 한 명인)A씨가 곽도원으로부터 입은 피해에 대해 인지하고 글을 쓴 것인지, 또 다시 미투의 가해자에 오르는 것이 염려돼 먼저 글을 쓰신 것인지 밝혀주셔야 한다. A씨가 곽도원에게 입은 피해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여기서 밝히진 않겠다”고 말했다. 해당 글은 현재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앞서 임사라 대표는 24일 만났던 연희단 거리패 출신 배우 4인에게 금전적 요구를 받았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폭로한 바 있다.
임사라 대표의 ‘꽃뱀’이라는 표현에도 연희단 거리패 출신 배우들의 폭로가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게 아니냐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미투를 개인적 호재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보내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앞서 김보리 씨를 비롯한 A씨, 그리고 그들의 변호인단이 곽도원에게 일절 금품을 요구한 적이 없고 24일에는 극단 선배였던 곽도원의 격려가 필요해서 만났다면서 만난 멤버 4인 가운데 곽도원에게 피해를 당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뒤늦게 말했기 때문이다. 만약 김보리씨가 말한 피해가 ‘성폭력’이라면 곽도원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 A씨가 가해자의 격려가 고마워서 만났다는 주장이 앞뒤가 안 맞는다.
무엇보다 김보리 씨의 추가 폭로는 연희단 거리패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단에서 “곽도원 측이 보낸 녹취록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나온 것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들(4인)은 곽도원에게 위로를 받고자 만났다고 했지만 임사라 대표가 밝힌 녹취록에는 이들이 곽도원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투는 우리 사회 가부장적 권력구조에서 발생한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운동이다. 만에 미투의 흐름을 끊으려 한다면 더 큰 잘못이다. 미투는 본질에 대한 훼손 없이 지속돼야 한다.
이날 곽도원은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라 인간으로서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며 “저는 이번 4명의 실수는 용서할 수 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부디 제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저희 연희단 배우(이제는 없어진)들의 아픔을 위해 힘 잃지 마시고 계속 노력해주세요“라는 생각을 전했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