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부터 우승까지’ 도로공사, 극적인 1년의 하이패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28 08: 02

선수들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연패도 길어졌다.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김종민 감독을 영입해 우승에 도전했으나 곳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외국인 선수 문제는 심각했다. 개막을 함께 하려 했던 시크라가 부상을 당했고, 대체 외국인 선수 브라이언은 기량이 떨어졌다. 이에 브라이언에게 공이 올라가지 않고, 급기야 국내 선수들이 브라이언을 왕따시킨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프로배구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선수들을 눈물을 흘렸지만 팬들은 좀처럼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연패가 길어질수록 비판은 더 심해졌다. 결국 시즌을 최하위로 마쳤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팀 구성상 “점점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굴하지 않았다. 바닥부터 팀을 다졌고, 결국 2017-2018시즌의 최종 승자가 됐다.

도로공사는 27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이기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이다. 도로공사는 V-리그 출범 이후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가 없었다. 하지만 이를 끝내 차지하며 한을 풀었다. 지난 시즌 왕따 논란에 눈물을 흘렸던 선수들은,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시즌 겪은 최악의 경험이 약으로 작용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의식은 선수들을 일어나게 했다. 적절한 보강도 있었다. 레프트 구성이 항상 고민이었던 김종민 감독에게 ‘거포’ 박정아를 안겨줬다. 외국인 선수도 1순위로 이바나를 영입했다. 이바나는 외국인 선수들이 말썽을 부렸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을 완주하며 팀 우승에 공헌했다.
조직력은 톱니바퀴였다. 이효희 정대영 임명옥 배유나라는 베테랑 선수들에 박정아가 가세했다. 리시브와 수비, 공격 호흡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김종민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졌다. 때로는 자상하지만, 때로는 한없이 엄한 김 감독은 선수들과 타협하지 않고 팀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박정아가 수비에서 고전하자 과감히 ‘2인 리시브’ 체제를 활용하기도 하는 등 승부사 면모를 선보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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