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탈락 전자랜드, 두고두고 아쉬운 ‘버거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3.27 10: 53

언제까지 ‘졌지만 잘 싸웠다’에 만족해야 할까. 전자랜드가 또 6강에서 탈락했다.
인천 전자랜드는 2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전주 KCC에게 64-79로 패했다. 전자랜드는 2승 1패의 유리함을 살리지 못하고 내리 2연패하면서 탈락했다. 4차전 막판 역전 기회가 두 차례가 있었지만 잡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전자랜드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KBL 역사상 kt, LG, 전자랜드 세 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챔프전에 가보지도 못한 팀은 전자랜드가 유일하다. 항상 6강 진출에는 성공하지만, 플레이오프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올해도 6강에 턱걸이한 전자랜드는 1라운드에서 또 다시 탈락했다.

전자랜드는 4강이 한계다. 2011년 4강전서도 KCC에게 1승 3패로 밀렸다. 서장훈, 문태종, 허버트 힐을 보유하며 전자랜드 역사상 가장 우승에 근접했다는 평을 받았던 시즌이었다. 당시 경기 후 코칭스태프끼리 욕설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시리즈가 치러졌다. 전자랜드를 이기고 올라간 KCC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불운은 계속됐다. 2015년 전자랜드는 6강서 SK를 3-0으로 완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리카르도 포웰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스토리는 감동까지 자아냈다. 하지만 4강에서 원주 동부를 맞아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70-74로 아쉽게 패했다. 챔프전 진출에 가장 근접했던 시즌이었다. 4강에서 힘을 모두 뺀 동부가 챔프전서 모비스에게 0-4로 힘없이 무너졌고, 전자랜드 팬들은 더욱 허탈했다. 남들은 다 해봤던 준우승도 부러운 전자랜드다.
올 시즌도 전자랜드는 외국선수 선발부터 꼬였다. 운 좋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잡았다. 하지만 유도훈 감독의 선택은 디온테 버튼이 아닌 조쉬 셀비였다. 누구든 “정통센터를 먼저 뽑겠다”던 본인의 공약에 어긋나는 선택이었다. 버튼이 DB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셀비는 개인기량은 좋았지만 결국 시즌 중 퇴출됐다. 농구팬들은 ‘버튼 거르고 셀비’ 일명 ‘버거셀’이란 말로 유도훈 감독의 선택을 비판했다.
더구나 2라운드서 뽑은 센터 아네트 몰트리도 완전 실패했다. 시즌 초반 제임스 메이스를 대체선수로 데려오려고 시도했으나 이마저 불발됐다. 중국에서 뛰던 메이스는 현재 SK에서 애런 헤인즈의 대체선수로 4강 플레이오프부터 뛴다. 그나마 브랜든 브라운을 잘 데려오면서 전자랜드는 6강이라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서 브라운은 언더사이즈의 한계를 절실히 노출했다. 
후순위에 정통센터 버논 맥클린도 있었다. 맥클린은 평균 23.3점, 10.1리바운드, 3.7어시스트, 1.0블록슛으로 새로 가세한 정통센터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맥클린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KBL이 차기시즌 장신외국선수 제도를 200cm 이하로 변경하면서 204cm의 맥클린은 재계약이 되지 않아 가치가 하락했다. 결과론이지만 전자랜드는 맥클린을 충분히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유도훈 감독은 버튼을 거르고 셀비를 뽑은 선택에 대해 “국내 포워드들이 죽을 수 있다”고 답했다. 스포츠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 버튼이 왔다고 해도 전자랜드가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전자랜드는 매년 언더사이즈 외국선수만 뽑아 국내 포워드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 승부처를 책임질 해결사도 없다. 결과적으로 버튼은 DB에서 가드역할도 소화하면서 확실한 해결사가 됐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에도 정통센터 아닌 제임스 켈리를 뽑았다. 또 시즌 중반 제임스 켈리와 아스카의 교체문제로 시끄러웠다. 매년 같은 이유가 반복되며 6강에서 칼같이 탈락하니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