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일-박상하, 삼성화재 명가부활 키 쥐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23 07: 34

삼성화재의 올 시즌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현 시점에서 나머지 절반은 황동일(32)과 박상하(32)라는 동갑내기 선수들에게 달렸다.
삼성화재는 22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대한항공과의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1세트를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기세를 탔으나 나머지 세트를 내리 내줬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고도 챔피언결정전에 가지 못한 역대 두 번째 팀으로 남아 아쉬움은 더 했다.
V-리그 최고 명가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는 삼성화재다. 프로 출범 이래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하는 사태를 맞이한 뒤 시스템을 정비했다. 신진식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했고, 전력 구성에도 몇몇 변화가 있었다. 명가의 저력은 강했다. 예상보다는 빨리 정상 궤도에 올랐다. 정규시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신 감독의 지도력 또한 어느 정도 의구심을 떨쳤다.

하지만 중반 이후 기세가 처지더니 끝내 챔피언결정전에 가지 못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세터 문제, 그리고 중앙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은 끝까지 삼성화재의 발목을 붙잡았다. 삼성화재는 플레이오프에서 타이스와 박철우라는 양 날개 의존도가 높았다. 사실상 속공은 포기 단계였다. 반면 대한항공은 중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삼성화재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삼성화재는 프로 출범 이후 전통적으로 중앙이 강한 팀은 아니었다. 그 약점을 메우고자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박상하를 영입했다. 블로킹 측면에서는 나름대로 제 몫을 했다. 세트당 0.57개를 잡아 리그 3위에 올랐다. 하지만 공격은 영 풀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 60%를 넘었던 속공 성공률이 53.71%까지 처졌다. 거액의 연봉을 주고 데려왔지만, 최대한 활용하지 못한 감이 짙다.
신진식 감독도 고민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키가 큰 세터와,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센터는 공격 호흡이 맞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상하는 프로필상 197㎝다. 센터로서는 큰 키가 아니다. 반면 황동일은 대표적인 장신 세터다. 194㎝에 이른다. 승부처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실패한 기억이 적잖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무대에서 과감한 속공을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유광우(우리카드)의 이적 후 주전세터로 등극한 황동일도 아쉬움이 남는 시즌을 보냈다. 못 했다기보다는, 잘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너무 컸다. 토스의 기복도 있었다. 세터는 기민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안정감이 생명이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무대에서는 더 그렇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을 시즌이었다.
그래도 신 감독은 황동일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 한 시즌을 치렀으니 다음 시즌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삼성화재는 2년간 팀 공격을 이끌었던 타이스가 팀을 떠나야 한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다시 입단할 가능성도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새로 들어올 선수가 타이스만한 기량을 가지고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결국 황동일과 중앙이 키 포인트다. 혹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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