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면 다쳐’ 박찬희-신명호의 4Q 외곽포 대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3.23 06: 10

전혀 기대치 않은 한 방이 터진 무서움은 매우 컸다.
인천 전자랜드는 22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전주 KCC를 100-93으로 이겼다. 2승 1패로 시리즈를 리드한 전자랜드는 4강 진출에 1승만 남겼다.
전자랜드는 3쿼터까지 78-59로 19점을 앞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4쿼터 안드레 에밋의 득점포를 앞세운 KCC가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왔다.

4쿼터 종료 5분 37초를 남기고 전자랜드의 공격. 박찬희가 공을 잡자 KCC가 노골적으로 수비를 하지 않았다. 박찬희는 한 차례 공을 돌리는 등 고민 끝에 날아올라 3점슛을 던졌다. 폼이 엉거주춤했지만 공이 보기 좋게 그물을 갈랐다. 전자랜드가 87-73으로 크게 리드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득점이 터지면서 인천 팬들도 환호했다.
KCC에는 신명호가 있었다. 다음 공격에서 곧바로 신명호의 3점슛이 터졌다. KCC가 제대로 반격했다. 박찬희 효과는 25초에 지나지 않았다. 박찬희는 종료 3분 8초를 남기고 다시 오픈찬스를 맞았다. 이번에는 한 번 드리블해서 골대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리너슛을 던졌다. 공이 백보드를 맞고 쑥 들어갔다. 다시 한 번 박찬희를 버린 KCC의 수비가 대가를 치른 모습이었다. 신명호 역시 두 번째 3점슛을 터트리면서 맞섰다. 그야말로 장군멍군이었다.
경기 후 추승균 감독은 박찬희의 3점슛에 대해 “(박찬희에게) 항상 슛을 주기로 되어 있었다. (박찬희가 슛을 넣었지만) 상관없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KCC는 박찬희의 수비를 느슨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박찬희가 자신감을 갖고 슛을 더 던져도 되는 이유다.
유도훈 감독은 “1분 30초 만에 10점은 금방 까먹는다. 흐름이 안 좋았는데 (박찬희 3점슛 성공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면서 웃었다. 신명호에게 내준 3점슛은 어땠을까. 유 감독은 “신명호도 KBL 선수다. 슛 성공률이 낮지만 괜찮은 선수”라며 방심을 경계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능남 유명호 감독은 북산과 지역예선 마지막 경기서 ‘안경선배’ 권준호를 무시했다가 마지막 결승 3점슛을 얻어맞는다. 그리고 유 감독은 “그래 저 녀석도 4년 동안 열심히 했다”며 자신을 반성했다. 박찬희와 신명호가 아무리 슛이 좋지 않은 수비전문이라지만 아무도 막지 않는 오픈슛 찬스는 성공률이 높다. 두 팀이 두 선수에 대한 대응전략을 과연 유지할지 4차전이 기대된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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