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 동성 성폭행 사건, 은폐 있었다…영진위, 징계·대책 수립 [종합]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3.21 08: 15

이현주 감독의 동성 감독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내 은폐 사실이 있었음을 확인, 인정했다.
영진위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내 사건 은폐 시도 등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동기였던 여성 감독 B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피해자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소속 지도교수로부터 지속적인 협박과 회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현직 영화 감독이자 지도교수인 C씨는 피해자에게 '여자들끼리 이런 일 일어난 게 대수냐. 술 마시고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이현주 한 대 패고 끝내면 안 되겠냐', '절대 다른 교수에게 알리지 마라', '기자들이 알면 학교에 불명예다', '너랑은 말이 안 통하니 남자친구를 데려와라' 등의 폭언으로 피해자에게 계속 고소 취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C씨는 이현주 감독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피해자의 영화에 동성애적 코드가 포함돼 있고, 피해자가 평소 아슬아슬한 성적 주제를 발칙하고 도발적으로 표현했고,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적 욕망을 탐구했다"고 증언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내의 고소 취하 종용, 은폐 시도 등 피해자의 주장은 영진위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영진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의 최초 인지자인 책임 교수 C씨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고자 한 사실이 확인됐고, 피해자는 수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받는 과정에서 C씨의 여러 부적절한 언사로 인해 고통을 겪었음을 호소했다. C씨는 가해자인 이현주 감독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변호인이 의도한 바대로 피해자에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취지의 증언을 했으며, 아카데미 직원에게 이현주 감독의 소송 관련 요청에 협조할 것을 부탁하는 등 재판에 관여한 사실도 있었다.
아카데미 원장 D씨 역시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 조사위원회는 "아카데미 원장 D씨는 책임교수 C씨를 통해 성폭행 및 고소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상급자(사무국장 및 위원장) 및 동료 교수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은폐하였으며, 피해자를 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D씨는 C씨의 독자적 사건 처리를 묵인하는 한편 이현주 감독의 졸업영화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지원 및 홍보를 적극 지속한 결과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되었다. 또한 아카데미 운영 책임자로서 피해자의 다수 저작물이 이현주 감독에 의해 법원에 제출되는 등의 저작물 유출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교수 C씨, 아카데미 원장 D씨 외에도 한국영화아카데미의 다른 책임교수들 역시 피해자의 적극적 도움 요청에도 사건을 공론화하거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관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위원회는 "관계자 전원이 사건인지 이후에도 재판에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이현주 감독에게 유죄 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아카데미 행정직의 선임 직원은 원장의 요구에 동조하여 본 사건을 사무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하급 행정직원은 상부 결재 없이 이현주 감독에게 법원에 제출될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주고서도 사후보고도 하지 않는 등 보고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결과 사건이 장기간 은폐됐다"고 사건 은폐를 인정했다.
영진위 오석근 위원장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지난 16일 피해자에게 먼저 알렸고, 직접 사과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영진위는 "조사 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쳤으며,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사건 은폐를 시도한 관련자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대책을 위해 아카데미 내부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도 알렸다.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내 문제점이 드러났다. 과연 재발 방지와 향후 대책 수립에 힘쓰겠다는 영진위의 움직임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피해자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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