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는 시범경기 일정이 한국보다 길다. 물론 처음 소집되는 선수들의 수도 많다.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줘야 하니 시범경기 일정 초반에는 팀을 쪼개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른바 ‘스플릿 스쿼드’다.
SK도 올해 이와 비슷한 방식을 채택했다. 전지훈련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선을 세밀하게 점검했다. 1군과 퓨처스팀(2군)의 전지훈련 귀국 일자를 비슷하게 맞췄다. 그리고 1군 시범경기 개막, 2군 연습경기 개막 일정도 똑같이 맞췄다. 일정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장소까지 최대한 비슷하게 잡았다. 다른 팀들도 2군 연습경기를 하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짜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SK 1군은 13일과 14일 마산에서 NC와 2연전을 치렀다. 그 시간, 2군은 13일 부산에 있었다. 동의대와 연습경기를 했다. 부산과 마산은 차로 1시간 남짓의 거리다. 14일에는 아예 마산으로 넘어와 경남대와 경기를 했다. 1군이 15일과 16일 대구에서 삼성과의 경기가 예정되자, 2군은 경산에서 삼성 2군과의 연습경기 2연전을 잡았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SK는 타 팀에 비해 실전 경기가 다소 부족했다. 오키나와에서 8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비로 2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6경기밖에 하지 못했다.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전체를 한 다른 팀에 비해서는 절반 정도의 경기 수였다. 행여 시범경기 일정에도 우천 등 변수가 생긴다면 곧바로 2군에 내려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대의 목적도 있었다. 2군에 있는 선수 중 테스트를 해야 할 인원이 생길 수 있고, 혹은 시범경기 도중 부상으로 1군에 결원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 경우 대체자를 1군에 올리기도 편했다. 동기부여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여기에 2군이라고 해도 실전 테스트는 필요하다. 퓨처스리그 개막은 1군보다 늦기 때문에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보험이 됐다. SK는 15일 대구 삼성전이 비로 취소됐다. 그러자 곧바로 준비했던 구상을 실현시켰다. 16일 삼성 2군과의 경기에 1군의 몇몇 투수들이 출전한다. 1군에서는 앙헬 산체스가 선발로 나가고, 2군 경기에는 박종훈이 선발로 출격한다. 두 선수 모두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 점검이 절실했는데, 2군이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하는 덕에 박종훈이 투구수를 끌어올릴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16일 삼성 2군전에는 박종훈 등 4명의 1군 투수들이 등판할 예정이다. 17일에도 연습경기가 잡혀있다. 1군은 인천에서 넥센과 경기를 치르지만, 몇몇 1군 투수들은 2군 시설이 있는 강화에서 연세대를 상대한다. 짧은 시범경기 일정에 대비하는 나름대로의 방책이었는데 지금까지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만약 2군 연습경기가 없었다면 제한된 9이닝 내에 모든 투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기는 불가능했다.
앞으로도 이런 스플릿 스쿼드는 계속될 전망이다. 1군 일정이 개막되는 24일 전에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연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론적으로는 개막 2연전에 나서지 않을 3명의 선발투수들이 여기서 예정된 투구수를 채우고 개막에 대비할 수 있다. 이렇게 2군은 16일부터 퓨처스리그 개막까지 총 11차례의 연습경기를 갖는다. 2군 선수들의 실전 감각 점검과 기량 향상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