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이 KBO리그 데뷔 첫해 다승-평균 자책점-탈삼진 부문 3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능력 뿐만 아니라 구대성, 송진우, 정민철 등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때로는 코치의 가르침보다 롤모델과 같은 선배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양창섭(삼성)과 한동희(롯데)가 롤모델과 함께 뛰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덕수고 출신 우완 정통파 양창섭은 윤성환과 함께 뛴다는 게 꿈만 같다. 그는 "어릴 적부터 윤성환 선배님이 롤모델이었다. 커브 뿐만 아니라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른바 하늘같은 선배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용기를 냈고 틈만 나면 이것저것 물어본다. 양창섭은 "선배님께서 야구 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 여러 부분에 대해 항상 친절하게 잘 이야기해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성환은 평소 칭찬에 인색한 편이지만 양창섭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해마다 신인 선수들을 봐왔는데 양창섭은 남다르다. 고졸 신인이 이렇게 던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면서 그는 "절대 오버 페이스를 해선 안된다. 신인 선수들이 제일 안되는 게 페이스 조절이다. 나 역시 그랬다"고 강조했다.
양창섭은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13일 수원 kt전서 4이닝 3피안타 4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수 년간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해왔던 윤성환의 계보를 이을 재목답게 산뜻한 출발이었다.
한동희는 롯데의 내야 세대교체를 이끌 기대주로 촉망받고 있다. 롯데의 1차 지명 선수로 선택을 받았다. 주 포지션은 3루. 지난해 경남고 소속으로 고교 주말리그에서 최다 홈런을 기록 할만큼 장타력을 보유했다. 지난해 졸업반 성적은 28경기 타율 3할4푼8리(92타수 32안타) 5홈런 25타점 출루율 4할8푼7리 장타율 0.565의 기록을 남겼다. 자체 육성 3루수를 보유한 시기가 아득한 롯데다. 한동희가 고교시절의 잠재력을 프로무대에서 고스란히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가득하다.
한동희는 이대호와 닮은 면이 많다. 이대호와 출신 학교가 같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체격 조건(181cm 99kg)에서 뿜어나오는 파괴력 그리고 야구에 대한 열정까지 포스트 빅보이로서 손색이 없다. 황재균(kt)이 빅리그에 진출하면서 마땅한 3루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던 롯데는 한동희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원우 감독은 한동희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동희는 "이대호 선배와 함께 뛰는 것을 상상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잘하고 열심히만 한다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15일까지 시범경기 타율 2할5푼(4타수 1안타)에 불과하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상과 한 팀에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양창섭과 한동희.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우상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청출어람을 실현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