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마더'의 주인공 수진과 이를 연기한 배우 이보영은 닮은 점이 은근히 있다.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당차게 자신의 인생을 꾸렸지만 모성애와는 거리가 먼 여성. 하지만 한 아이 때문에 진정한 모성애를 깨닫게 되고 둘도 없는 '진짜 엄마'가 된 점이 그렇다.
15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마더' 종영 인터뷰 차 이보영을 만났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 드라마가 끝나는 게 무척 아쉽다는 그는 작품과 자신의 모성애, 딸 지유와 극중 딸인 윤복(허율 역)의 얘기를 꺼내며 인터뷰 도중 펑펑 울었다. 2015년 출산 이후 '마더'를 통해 진짜 엄마가 된 그였다.
이보영은 "이 드라마는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다. 2015년에 딸을 낳고 고민하던 문제가 '왜 나한테만 모성애를 강요하지?' '왜 엄마인 나만 아이를 돌봐야 하지?', '신랑이 아기를 안고 있으면 왜 대단하다고 칭찬하지?' 였다. 순간순간 울컥했다. 아이를 낳아 축하를 받았지만 엄마란 이유로 관계 없는 이들에게 혼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다양할 뿐이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보영은 2013년 배우 지성과 결혼식을 올렸다. 2년 뒤 딸 지유를 출산했는데 당시 많이 힘들었다고. 처음 겪는 출산 경험도 그렇지만 이후 그에게 쏟아지는 엄마라는 굴레의 시선과 당연시 여기는 사회 통념이 적지않은 스트레스였던 셈이다.
그는 "우리 엄마를 제외한 모두가 저한테 밤중 수유를 권하더라. 엄마만 제가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했다. 나만 밤중 수유 안 하는 걸 알고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나는 나쁜 엄마인가' 고민이 생겼다. 아이가 아빠 품이 넓어서 안겨 있는 걸 보는 분들이 신랑한테 고생 많다고 인사하시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내 몸이 너무 힘드니까 솔직히 아기가 예뻐보이지 않았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아이를 안았는데 왜 눈물이 안 날까 싶었다. 그런데 1달, 2달, 3달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너무 예쁘더라. 낳는다고 생기는 모성애 이상이 키우면서 생기는 모성애란 걸 알았다. 그래서 시작한 '마더'였다. 엄마의 모습은 다양하다. 못된 엄마, 헌신적인 엄마처럼. '엄마는 이래야 돼'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출산과 육아로 지친 이보영을 감싼 건 남편 지성이었다. 딸 지우가 생후 10개월이 될 때까지 엄마 이상으로 육아에 몰두한 아빠였다. 이보영이 배우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지성이 육아를 전폭적으로 도왔다고. 신랑이 곁에 있는 덕분에 이보영은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고 "'마더'는 너랑 혜나의 멜로네"라는 조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
그는 "아이를 안 낳았으면 이 작품을 못했을 거다. 저한테 기본적으로 아이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모든 아이가 다 예쁜 건 아니지만 모든 아이가 아프지 않고 보호 받아야 하고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 없이 우는 아이가 세상에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다"
이보영은 '마더' 속 수진으로 완벽하게 분해 매회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다시 한번 '믿고 보는', '원톱 여배우' 타이틀을 확고히했다. 배우로서 엄마로서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다.
이보영은 "'마더'는 가끔 꺼내 보고 싶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주변에서도 저를 이보영이 아닌 수진으로 봐줬다. 그게 좋았다. 마음 한 켠에 담아뒀다가 엄마가 생각나거나 엄마가 됐을 때 '마더'를 다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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