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베레모에 국방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권지용이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해맑게 웃고 있다. 빅뱅의 리더이자 월드 패셔니스타 지드래곤 아닌 대한민국 육군 신병 권지용이다. 아직 이병 계급병조차 달지 못한 그가 훈련소 사진 한 장으로 참모총장급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11일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의 신병 훈련소 내무반에서 지디를 종심에 놓고 찍은 단체컷 한 장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사진 출처는 알 수 없다. 지디 외의 훈련병들은 모자이크 처리됐거나 잘렸다. 휴대폰 소지가 금지된 훈련병이 찍지는 못했을테니, 기간병의 작품인듯하다.
무엇보다 '백인백색 개성전무'한 신병 군복을 멋지게 소화한 지디의 패션 감각이 돋보인다. 예전에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 때 지디는 "패션은 자신감이 전부다. 뭐를 입고 걸치든 내게 잘 맞는다고 자신할 때 감각이 살아난다"고 옷 잘 입는 비결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일까. 검정색 베레모와 해맑은 웃음, 손가락 하트와 육군 트레이닝복으로 이어지는 4박자 콤비가 완벽하다. 이미 댓글 분위기로는 유행 예감이다.
YG 연습생으로 만난 어린 시절부터 빅뱅으로 성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한 태양도 내일(12일) 입대한다. 두 절친은 지난 해 콘서트 무대 등에서 공공연히 군 입대를 언급했고 올해 상반기 나란히 그 약속을 지켰다.
지드래곤은 지난해 12월 31일 빅뱅 단독 콘서트에서 “내년에 군대 간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그때까지 여러분들 건강하시고 슬퍼하지 마시고, 금방 만날 수 있으니까”라며 “재회의 날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면, 그 날은 금방 올 거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2월 27일 백골부대로 입대한 그는 벌써 군생활 13일차. 제대는 아직 먼 훗날의 일이지만 국방부 시계는 어김없이 재깍재깍 흘러간다.
훈련소 신병 생활도 즐기면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얼마전 같은 부대 훈련병 가족이 공개한 지디의 손편지가 그 증거다. 이 글에는 "○○ 전우님, 동기들과 아주 잘 어울리며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아드님 믿고 기다려 주세요! 곧 만나실 수 있을 테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부모님 건강하세요 부디! -GD-"라고 적혀 있다. 그 밑에는 "GD형이 쓴 거야"라는 코멘트가 붙었다. 군대에서만큼은 빅뱅 동료애보다 백골부대 전우애가 더 중요하다.
백골부대 밖에서의 인기도 여전하다. 소속사 YG는 전날 "신병교육대 위문편지 이메일 계정에는 지드래곤에게 쏟아지는 편지 때문에 부대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며 팬들에게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다. 13일에는 1년 3개월 만의 빅뱅 완전체 신곡 '꽃길'을 발표한다. 멤버 전원이 병역 의무를 위해 팀을 떠난 상황에서 나오는 노래다. 멤버 모두 나라를 위해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게 지금의 빅뱅 팬심 아닐까 싶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