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애도도 허락치 않는다. 故조민기의 불명예 사망이 더욱 처참한 이유다.
배우 정일우는 9일 자신의 SNS에 추모를 의미하는 문구인 'Pray for you'란 글을 검은색 이미지와 함께 게재해 순식간에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문구가 이날 성추문 가해자 의혹을 받아오다 사망한 배우 조민기를 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 때문. 두 사람은 과거 MBC 드라마 '황금 무지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적도 있기에 추측에 힘이 실렸고, 후폭풍이 거세자 정일우는 글을 삭제했다.
비단 정일우 뿐만이 아니다. 배우 유아인은 자신의 SNS에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는 영상을 올려 그 저의에 대한 분분한 반응을 얻었다. 현재 서울 건대병원에 마련돼 있는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연예인들은 동료·선후배의 애도를 위해 가는 자리임에도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자칫 장례식장을 찾는 행동이 고인의 생전 성추문 의혹들을 두둔하거나 '미투' 운동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보일까봐서다. 실제로 조문객들을 향한 네티즌의 눈길이 곱지 않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슬퍼도 슬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은 가족과 피해자의 마음을 다시한 번 멍들게 하고 떠난 망자 본인이 만들었기 때문. 누군가의 죽음 앞에 슬퍼할 권리가 모두에게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인들이 마음놓고 고인을 애도하기에는 여전히 피해자들의 고통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한편 故조민기는지난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소재 주거지 아파트 지하1층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고, 건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심폐소생술 끝 사망 판정을 받았다.
조민기는 이날 외출중이던 아내에게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아내는 조민기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집에 돌아 온 아내는 고인이 지갑을 두고 나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관리실에 전화를 걸어 조민기를 찾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실 직원들이 조민기를 찾아다녔고 그 사이 아내는 집에서 지하창고 열쇠 2개 중 1개가 없어진 것을 발견, 창고에 내려갔다가 숨져있는 조민기를 발견했다.
10일에는 故 조민기가 전날 숨진 지하창고에서 A4용지 크기의 종이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그동안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유족을 생각 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nyc@osen.co.kr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정일우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