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빈소 가도 될까요?"..故 조민기 조문객들의 딜레마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8.03.10 13: 07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그럼에도 배우 조민기의 죽음 앞에 여론은 싸늘하다. 9일 빈소가 마련됐는데 자칫 하면 조문객들에 대한 잘못된 비난이 쏟아질 태세다. 성추문으로 얼룩진 고인의 마지막은 유난히 쓸쓸하다. 
조민기는 지난달부터 불거진 청주대 여제자들 성추문에 휘말려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실명은 물론 그에게 당했다는 끔찍하고 구체적인 폭로에 조민기를 향한 여론은 급속히 냉랭해졌다. 초반 사실무근을 외쳤던 것과 달리 그 역시 연일 폭로가 쏟아지자 사과문을 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조민기는 강제추행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충북청에 출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흘 앞둔 9일, 자신의 거주지인 광진구의 아파트 지하창고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그는 감은 눈을 뜨지 못했다. 

비통함 속에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됐다. 현장은 침통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가라앉았는데 온라인은 여전히 그의 이야기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가족들과 피해자들을 외면한 극단적인 선택에 두 번 실망한 팬들의 비난과 안타까움이다.  
이러한 고인에 대한 미움이 그의 빈소에 간 조문객들로 옮겨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고인과 생전 인연을 맺었던, 특히 연예계 지인들은 조문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빈소 앞에서 슬퍼한 사실이 알려져 자칫 성추문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까 우려에서다. 
연예계 관계자들 역시 고인과 호흡을 맞췄던 소속 연예인이 조문가는 게 걱정된다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사후에도 고인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 엉뚱한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점이다. 모든 시선이 조민기의 빈소에 향해 있는 까닭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이쯤 되니 점차 "조문객은 비난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 슬퍼할 권리는 모두에게 있기에 본질을 흐리지 말자는 여론이다. 고인의 유족들, 그를 가해자로 지목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엉뚱한 비난을 받고 있는 미투 피해자들, 그리고 빈소로 향한 조문객들까지. 
마지막까지 모두에게 상처를 안긴 조민기가 야속할 따름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사진공동취재단]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