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 속 '사이다' 문지상 캐릭터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줄이야. 배우 성혁이 오롯이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진심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184cm의 큰 키, 280mm의 왕발인데도 드레스 여장을 하고 하이힐까지 신으며 '화유기' 1인 2역을 훌륭히 해냈다.
지난 4일 종영한 tvN '화유기'에서 성혁은 동장군과 하선녀로 두 가지 캐릭터를 소화했다. 한 몸을 쓰는 남매 캐릭터라 1인 2역, 여장이 불가피했다. 성혁은 '화유기' 종영 인터뷰에서 취재진에게 "내 안의 여성성을 다시 확인한 계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예쁘다"는 댓글이 제일 좋았다는 그는 "한 사람이 남녀 두 가지 영혼을 연기한다는 설정이 평생에서 또 있겠나 싶어 하게 됐다. 부족했겠지만 재밌게 즐겼다. 진짜 여자들처럼 헤어와 메이크업을 많이 고민했다. 제가 부끄러운 것보다 시청자들이 거북하지 않을까 걱정했을 따름"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성혁은 동장군일 땐 묵직한 저음에 다정한 말투와 눈빛으로 안방 여심을 홀렸다. 반면 하선녀일 땐 웬만한 여성들 못지않게 요염하고 섹시한 자태로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고민한 결과였다.
그는 "원피스, 투피스 많이 시도했다. 체형이 여성적으로 보이도록 랩원피스가 딱이었다. 이태원에서 구했다. 다만 수염 자국은 왁싱을 할까 싶었는데 한계가 있더라. 대신 다리는 전체 왁싱을 했다. 매끈하니 좋더라. 여자 상의 속옷은 불편했지만 스타낑은 따뜻하고 좋았다. 구두는 280mm라 제가 봐도 놀랄 정도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여배우들의 고충을 느꼈지만 적응했다"며 미소 지었다.
성혁은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을 참고하며 하선녀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대로 흉내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여성성을 끌어올리도록 공부한 것. 오연서와 이세영이 여장한 성혁을 간혹 놀리긴 했지만 슛이 들어가면 모두가 진지하게 그의 여장 연기를 감상했다. 성혁의 진정성이 통한 셈.
그는 "최대한 예쁘게 나왔으면 싶었다. 그래서 예쁘다는 댓글이 너무 좋았다. 설현 닮았다는 댓글도 봤다. 살면서 예쁘다는 얘기에 기뻐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장보리' 이후에도 이것보다 센 걸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1육체 2영혼 캐릭터로 그걸 덮었다. 아으로 또 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진정성을 갖고 뭐든 해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화유기'를 멋지게 마친 성혁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고를 계획이다. 동장군과 하선녀, 1인 2역을 뛰어넘는 그의 다음 행보에 팬들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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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