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겨진 자들에게만 비극이다. '미투' 고발자들도, 가족들도 큰 상처다. 특히 유족에게 쏟아내는 지나친 관심과 비난의 목소리는 또 다른 가해로 이어지는 일이다.
고(故) 조민기가 지난 9일 사망한 가운데, 남겨진 가족들이 큰 슬픔에 빠졌다. '미투' 고발 이후 조민기와 함께 악몽의 나날을 보냈을 가족들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더 큰 상처를 받게 됐다. 고 조민기의 아내와 딸까지 방송을 통해서 대중에게 모두 노출됐던 상황이라 고인의 죽음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까지 극복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고 조민기는 '미투' 폭로 이후 오는 12일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조사를 3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성추문 논란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이 파장은 고스란히 고 조민기의 가족에게로도 옮겨진 상황이었다. 고인은 SBS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서 딸을 공개하고, 특히 '딸바보', '사랑꾼'의 이미지가 컸던 탓에 이번 논란은 자연스럽게 그의 가족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던 것.
그리고 고 조민기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 이 파장 역시 가족들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족들의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고 조민기가 생전 저지른 죄에 대해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보다는 죽음을 택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젠 가족들에게 쏠리고 있는 것.
이런 상황은 또 다른 가해라고 볼 수 있다. 고 조민기의 딸이 '아빠를 부탁해' 방송 당시 유독 큰 관심을 얻었기에 대중의 관심이 더 크게 쏠려 있다. 부담스럽고 부적절한 관심이다.
논란과 아픈 사건들을 겪으면서 말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겪어내고 있을 가족들이다. 남편, 아빠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기만도 벅찰 상황이다. 더욱이 조민기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가족들에게도 큰 충격. 물론 고 조민기의 잘못이 죽음으로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의 죗값을 가족들이 치러야하는 것도 아니다. 가족의 죽음과 함께 고인을 향했던 질책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은 이들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비극을 극복하고 있을 가족들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
한편 고 조민기의 발인은 오는 12일 오전 6시 30분에 진행될 예정.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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