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미투 운동’에 따른 폭로로 성추문에 휩싸인 김기덕 감독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9일 또 다른 증언자가 등장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의해 영화계 ‘미투’ 폭로의 중심에 섰다.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에 대한 여러 제보 및 증언을 보도했다. 익명으로 카메라 앞에 선 여배우들은 과거 김기덕 감독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한 구체적인 정황을 폭로했다.
‘PD수첩’은 김기덕 감독뿐 아니라 그의 페르소나로 평가받는 배우 조재현, 그리고 조재현의 매니저까지 성폭력을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문자를 통해 ‘PD수첩’에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관심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동의 하에 육체적 관계를 가진 적은 있다.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후 9일 방송된 MBC 아침시사 프로그램 ‘아침발전소’에서는 ‘PD수첩’ 방송 이후의 파장을 후속 취재했다. ‘아침발전소’ 측은 김기덕 감독의 자택을 찾았으나 김기덕 감독을 만날 수 없었고, 김 감독과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재현 매니저만이 ‘아침발전소’의 연락을 받고 “현재 패닉상태다. 어떤 조사를 받게 된다거나 그러면 거기서 할 이야기이지, 인터뷰를 할 일은 아니 거 같다”고 짧게 입장을 전했다.
‘아침발전소’의 MC인 노홍철 또한 김기덕 감독에 대한 성추문을 오래 전 들었다고 말했다. 노홍철은 “사실 6년 전 한 강연에서 김 감독을 만났는데 그 강연 중 정말 멋있는 말을 해서 좋은 분이라 생각했다. 주변에 영화를 하는 분에게 ‘영화는 비록 저와 색깔이 달라 보진 않았지만 정말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6년 전이었는데도 ‘PD수첩’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저에게 해줬다. 그 때 그 이야기를 듣고 그저 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럽고 피해자들에 죄송하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날 ‘아침발전소’에는 김기덕 영화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남자 스태프가 추가 증언을 하기 위해 전화 연결을 했다. 이 스태프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적이 있다. ‘PD수첩’ 방송을 봤다. 저도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고, 방송에 나온 분들 뿐 아니라 제작자뿐 아니라 일반 여성들 사례들도 많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목격한 사례도 고백했다. 이 스태프는 “여성 스태프 한 분이 울면서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김기덕 감독이 스태프를 소통 문제로 불러냈다고 했다. 그 장소가 모텔이었고 성관계는 물론 변태적인 행위까지 요구 받았다고 했다. 스태프는 참다 못해 뛰쳐나왔고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로서도 달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서 주저했었다. 그 이후 여성 스태프는 현장에 나오지 않았고, 다른 스태프가 현장에 나왔다. 김 감독이 그 여성 스태프가 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는 걸 알았고, 나도 작업을 하면서 탐탁치않은 시선을 받으며 모멸감을 느끼는 상황이 많았다. 이게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스태프는 “그동안 문제 제기한 스태프는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세계적인 거장이다보니 현장에 찾아오는 스태프들이 많았다. 그가 추앙받는 상황에서 피해자 중 누군가를 옹호하는 게 힘든 분위기였다”며 “나서지 못했음에 미안하다. 이렇게 익명으로 인터뷰 하는 것도 미안했다. 영화인으로서 부끄럽다”고 피해자들에 사죄했다.
추가 증언까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김기덕 감독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 과연 김기덕 감독의 입장 발표가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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