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량이 좋은 선수는 생각의 그릇도 달랐다.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8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됐다. 우리은행을 정규리그 6연패로 이끈 박혜진은 개인통산 네 번째 MVP에 등극했다. 기자단 투표결과 박혜진은 총 98표 중 67표를 차지해 27표의 박지수를 제쳤다.
올 시즌 박혜진의 기량은 최고임에 의문이 없다. 박혜진은 정규리그 35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4.5점(7위), 5.2리바운드, 5.1어시스트(2위), 3점슛 성공 74개(2위), 자유투 성공률 1위(90.3%) 출전시간 1위(38분 26초)에 올랐다. 우리은행의 6연패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다.
박혜진은 “작년에 이 자리에 서면서 ‘어쩌면 내가 선수생활 하면서 마지막 MVP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상을 받았다. 이번 시즌 시작하면서 팀도 너무 불안하고 어수선했다. 정규리그 우승이란 생각은 거리가 멀었다. 준비가 잘 안 돼 힘든 시즌이었다. 워낙 마무리가 좋다보니 팀이 우승하면서 내가 이 자리에 섰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어려운 고비를 넘긴 힘은 감독님과 코치님들 영향이다.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혜진은 “최근 여자농구에 안 좋은 소식이 있다. KDB생명 선수들이 꼭 힘을 냈으면 좋겠다”며 수상소감에서 KDB생명 농구단의 해체를 언급했다. 공개적인 석상에서 다른 팀을 챙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박혜진은 “수상소감을 준비하면서 KDB생명 해체 부분이 가장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기 오면서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 팀 선수들 얼굴 보니 ‘꼭 말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고 나니 후련하다”고 밝게 웃었다.
KDB생명 농구단의 해체소식은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일각에서 최근 여자프로농구의 수준이 팬들의 사랑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저조하다는 냉철한 지적도 있다. 여자대표팀의 국제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이미 중국, 일본과는 경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력이 약화됐다. 여자농구가 갈수록 인기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박혜진은 “여자농구 수준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이) 경기력을 못 보여줬다는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책임이 있다. 선수들이 이번 계기로 각성하고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개인기량에 있어서 더 발전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여자프로농구 전체를 대표하는 MVP 박혜진의 발언이기에 더욱 호소력이 있는 메시지였다. 과연 여자프로농구가 작금의 위기를 기회삼아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양재동=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