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와 도약. 김광현(SK), 한기주(삼성), 유원상(NC), 엄상백(kt), 윤성빈(롯데) 등 1차 지명 출신 투수들의 올 시즌 키워드다. 이들이 보란듯이 다시 일어서면 소속 구단의 마운드는 더욱 강해진다.
지난해 1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던 좌완 특급 김광현은 올 시즌을 잔뜩 벼르고 있다. 지난해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묵묵히 재활에 매진하며 마운드 복귀를 기다렸다. 인내의 시간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수시로 위기가 찾아왔지만 마운드에서 보여준 김광현의 모습 그대로 강인하게 버텼다. 비활동기간이었던 12월과 1월도 반납했다. 괌과 플로리다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오랫동안 공을 던지지 못한 김광현은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몸과 마음 모두 성숙해진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요코하마 1군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2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직구 최고 152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큰 의미가 담긴 등판이었다. 에이스의 귀환을 실감할 수 있는 한 판이었다.
SK는 김광현의 확실한 재활을 위해 올 시즌 이닝 제한을 건다는 계획이다.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총 110이닝 정도에서 시즌을 마칠 계획이다. 월별 휴식일, 팔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투구를 중단하는 김광현 플랜까지 마련해놓은 상태다.
청소년 대표 출신 한기주는 2006년 KIA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꽃길을 걷기도 했으나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지난해 11월 이영욱(KIA)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그는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왔고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직구 최고 140km 안팎에 불과하지만 부드러운 투구 밸런스를 바탕으로 영점이 제대로 잡힌 모습이었다.
"안 아파야 내가 가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한기주는 부상 방지를 첫 번째 목표로 내세웠다. 팀내 계투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건강한 한기주라면 1군 전력의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원상은 한화, LG를 거쳐 NC에 세 번째 둥지를 마련했다. 2006년 한화의 1차 지명 선수로 장차 에이스가 될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원상. 2012년 21홀드, 2014년 16홀드를 거둔 걸 제외하면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던 유원상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계투 자원이 부족했던 NC는 유원상이 즉시 전력감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훈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서 호투를 뽐내며 벤치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015년 프로 무대를 밟은 엄상백은 kt 마운드의 미래를 이끌 주목을 받았다. 187cm의 큰 키에 깡말랐던 체형이었으나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면서 확 달라졌다. 근육질 몸매로 탈바꿈하면서 구위가 훨씬 좋아졌다. 또한 장기 레이스를 소화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이제 실전 무대에서 보여줄 일만 남았다.
윤성빈은 지난해 부산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을 받으며 관심 속에 프로에 입단했지만 오른쪽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1군은커녕 퓨처스 마운드에도 오르지 못했다. 롯데는 에이스로 성장할 재목을 급하게 활용하지 않았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데뷔 첫해 재충전에 나섰던 윤성빈은 대만 가오슝 1차 캠프부터 위력투를 뽐내는 등 1군 마운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직구 최고 148km까지 찍을 만큼 어깨 상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시켰다. /what@osen.co.kr
[사진] 김광현-한기주-윤성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