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감독, “하루 하루가 절박함의 연속이었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8.03.09 06: 11

한마디로 ’겸손함’과 ‘자제력’으로 대변할 만 하다. 선수시절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했던 조원우(47)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되돌아보며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매순간 자제를 해왔다고 설명한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 만나 조 감독의 야구 인생 ‘삼고삼락(三苦三樂)’을 들어보았다.
=야구를 해오면서 힘들었던 일들은.
◀1999년 5월 수비훈련 도중 공을 잘 못 밟아서 왼쪽 고관절 골절 부상을 당했을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이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타격에 한창 재미가 붙고 정점을 찍을 시점에 뜻하지 않게 부상으로 수술을 하게 됐다. 힘들게 재활을 한 끝에 다시 그라운드에 섰지만 몸이 예전만 못했고 부상 부위가 아프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를 계속해야했기에 그냥 아픈 것도 한 부분이라 여기는 마인드 컨트롤로 참아내며 경기를 뛰면서 극복이 됐다.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참고 이겨내 38세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때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기고만장해서 자만에 빠졌을 수도 있다. 부상과 재활을 거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겸손하자는 마음가짐과 매사 긍정적으로 여기고 자제하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선수 생활 내내 절박함의 연속이었던 것이 힘든 점이었다. 매 경기 주전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 오늘 못하면 어떻게 하지, 내일은 또 잘할 수 있을까 등 항상 긴장했던 것이 어려웠던 점이다.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기에 성실하게 매 경기 임하자는 자세로 선수생활을 15년이나 했다. 선수가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며 정신적으로 기복이 심하면 일탈하거나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야구를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외에는 야구를 해오면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프로에서 우승을 못해본 것과 골든글러브 한 번 타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한창 좋을 때는 골든글러브도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소속팀(쌍방울)이 인기가 낮은 탓인지 수도권팀 선수들에게 밀렸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점들은.
◀물론 롯데 감독이 된 것이 가장 기쁜 일이다. 생각지도 않게 감독에 올라 걱정도 됐지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마도 양승호 감독 시절 롯데에서 코치로 2년간 활약했던 점을 구단에서 높이 샀던 것 같다.(외야수비코치로 롯데 외야수들의 수비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치는 한화에서 데뷔했고 김인식 감독님이 물러나면서 관두고 김태균(한화) 덕분에 일본 지바 마린스에서 코치 연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양승호 감독님이 롯데 감독으로 올 때 같이 하게 됐고 물러났을 때 SK로 옮겨 코치생활을 하다가 고향팀 롯데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2번째 좋았던 일은 고려대학교에 진학한 것이다. 부산 촌놈이 고려대에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이 꿈만 같았다. 난 부산하면 당시 직할시로 제2 도시로 시골이라고 생각을 안했는데 당시 최남수 감독님이 부산 촌놈이라고 하더라. 그 때 ‘아 내가 시골출신이구나’라는 느꼈다. 최 감독이 엄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난 그래도 한 번도 혼난 적이 없었다. 성실한 애로 잘봐주신 것 같다. 부산고 3학년 때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것도 기쁜 일 중 하나다. 그 이후 아직까지 우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프로에서는 준우승만 4번한 게 전부로 롯데에서 그 꿈을 실현해보고 싶다.(롯데는 조원우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어 올해가 감독 3년차이다)
야구는 수영초에서 사실 얼떨결에 시작했다. 원래 그 학교는 축구부가 있었는데 문제가 생겨 없어지고 야구부가 새로 생겼다. 난 발이 빨라서 야구부에서 들어오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야구를 시작한 후 중고등학교(부산중-부산고)에 이어 대학까지 순탄하게 명문으로 계속 이어졌다.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 맨마지막으로 야구장을 나간다. 집에 가다가 배고프면 수석코치와 함께 국밥집에서 조용히 먹고 들어간다. 스트레스는 집에서 와인 반잔이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멍때리기로 푼다. 술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스트레스를 푼다고 과음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조 감독은 서울에 사는 가족과 따로 떨어져 혼자 부산에서 지낸다)
2015년 2년 계약에 이어 3년 재계약으로 롯데 감독 2기째를 맞이한 조원우 감독이 자신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꾸준함으로 롯데에서 우승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해 5년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조 감독은 올해는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추구하며 대권에 도전한다.
sun@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