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가 된 SK 마운드에는 ‘미래’를 둘러싼 긍정적인 시선도 감돈다. ‘야탑고 3총사’인 이승진(23), 정동윤(21), 이원준(20)이 그 중심에 있다. 코칭스태프도 세 선수의 잠재력을 뚜렷하게 확인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SK 2차 오키나와 캠프의 화두 중 하나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다. 전반적으로 베테랑 투수들의 컨디션이 괜찮아 개막 엔트리를 짜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서른을 넘긴 선수들이 대다수다. 새 얼굴에 대한 목마름이 클 수밖에 없다. 1차 플로리다 캠프를 통과하고 2차 캠프까지 합류한 세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두 제각기 장점을 앞세워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돌아온 이승진은 자연스럽게 휘는 패스트볼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1차 지명자인 정동윤은 변화구 구사 능력, 2017년 1차 지명자인 이원준은 힘 있는 빠른 공이 주목받는다. 공교롭게도 모두 야탑고 선·후배다. 이승진과 이원준은 매송중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세 선수를 비롯, 지금은 가고시마의 퓨처스팀(2군) 캠프에 가 있는 최진호 허웅까지 다섯 선수에 대한 잠재력을 극찬했다. 힐만 감독은 “경험 많은 베테랑에 젊은 투수들이 참가하며 투수파트가 좋아졌다”면서 “젊은 투수들은 전체적으로 강한 팔을 가지고 있고, 신체조건이 워낙 뛰어나다. 하이볼 존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다.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성적이 아주 빼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혁 투수코치는 오히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월 26일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난타를 당한 정동윤에게 대해서는 “선수 생활에 있어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에피소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했다. 오히려 정동윤이 경기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3월 2일 KIA전에서 첫 이닝과 두 번째 이닝의 투구 내용이 달랐던 이원준에 대해서도 “구위 자체는 첫 이닝과 두 번째 이닝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초구에 안타를 맞은 것을 높게 평가한다. 상대 런앤히트 작전에 땅볼이 안타가 되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어린 투수들은 씩씩하게 붙어볼 수도 있어야 한다. 맞으면서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원준의 투구 내용은 인상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맞아도, 결과가 좋지 않아도 뭐라할 사람은 없다. 어쩌면 특별한 권리를 가진 셈이다.
손혁 코치는 5명의 선수 중 최소 1~2명이 조만간 1군 무대에 선을 보여야 팀 투수진이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힐만 감독도 마찬가지다. 일단 정동윤 이원준은 김태훈과 함께 6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고, 이승진은 불펜의 다크호스다. 손 코치는 “세 선수 모두 지난해에는 1군 캠프에 없었던 선수다. 올해 오키나와에 온 것 자체만으로도 한 단계를 밟고 올라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성장한다면 SK 마운드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이원준. 오키나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