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가 첫 방송에서 비혼여성의 아픔과 재벌남이나 능력남이 아닌 순수남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패기까지 다양한 매력을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지난 3일 오후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는 야심 많은 열혈 PD 한승주(유이 분)와 전설의 가야금 명인 무형문화재 오금복의 손자이자 약초꾼인 오작두(김강우 분)가 결혼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승주는 “결혼 좀 하라”는 주변의 압박에 호로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을 보고 스트레스와 공포가 겹쳐 공황장애까지 앓게 됐다. 하지만 이 공황장애 때문에 합격을 받은 방송국에서도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혼자 사는 여자가 살기 힘든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승주는 ‘결혼’이란 타개책을 선택한다.
오작두는 UBS에서 편성 확정된 다큐멘터리 2부작 제작 의뢰를 받고 취재를 나온 한승주와 만난 순박한 약초꾼이다. 그는 한승주와 티격태격 인연을 맺었고, 한승주가 물려받은 고모의 야산에 리조트 건설 계획이 세워지자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해 또 다시 한승주와 만나게 된다.
결혼이 필요했던 한승주와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었던 오작두는 그렇게 자신이 필요한 걸 얻기 위해 결혼을 한다.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큰 고민 없이, 초고속으로 진행된 ‘데릴남편 오작두’는 신선함 그 자체다. 첫 만남에서 우여곡절의 사랑을 하고, 결혼으로 골인하는 과정을 그리는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평범한 전개법을 완전히 역행하고 있으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거기에 한승주와 오작두의 어딘지 서글픈 결혼은 더욱 공감대를 자아내는 바. 쓸데없는 오지랖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혼자의 삶에 만족하는 비혼족들은 아직까지 ‘이단아’다. 특히 비혼 여성들은 흉흉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찌 보면 더욱 살아가기 힘든 위치에 있다. 비혼 여성의 대표인 한승주가 절박하게 선택한 해결책이 결혼이라는 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데릴남편 오작두’를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건 또 있다. 재벌남이나 능력남이 아닌, 순박남이 전면에 나서는 특이한 구조다. 앞서 ‘델ㄹ남편 오작두’의 유윤경 작가는 “여타 드라마에서 늘 보는 돈 많고 잘난 남자 말고, 순수하고 뚝심 있는 남자가 보고 싶었다”며 오작두의 탄생 비화를 밝힌 바 있다. 유 작가의 말대로 오작두는 순박남 그 자체이지만 극을 이끌만한 충분한 매력을 갖춰 더욱 호기심을 끈다.
이처럼 과감하게 비혼 여성의 아픔을 전면에 그려내면서 순박한 남자의 주인공화를 파격 선택한 ‘데릴남편 오작두’. 첫 방송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돈다. 과연 ‘데릴남편 오작두’가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 2030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주말극으로 훈훈함을 안겨줄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 yjh0304@osen.co.kr
[사진] ‘데릴남편 오작두’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