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불러주실 때 준비가 되어있도록 하겠다".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인 박정진(42)은 현재 한화의 서산 2군 훈련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컨디션 저하를 이유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조기 귀국이 결정됐고, 이튿날부터 서산 재활군으로 이동했다. 몸이 아픈 건 아니지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실전 연습경기 위주로 움직이는 캠프 대신 서산 재활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정진은 "작년 막판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4개월 가까이 공을 던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가 확실히 더뎠다. 한용덕 감독님께서 서두르지 말고 서산에서 편하게 몸을 만들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캠프에서도 최대한 기다려주신 것이다"며 "처음 팀에 부임하고 나신 뒤에도 감독님께서 시즌 초반에 제 페이스가 늦게 올라오는 편이니 그 사이에 던져줄 수 있는 대체 선수를 찾을 생각이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정진은 슬로 스타터 스타일이다. 1군 주축으로 올라선 지난 2010년 이후 최근 8년간 월별 성적을 보면 3~4월 평균자책점이 5.71로 안 좋았지만 5월(4.70)~6월(3.00) 갈수록 안정감을 찾는 그래프를 그려왔다. 꽤 오랜 기간 누적으로 쌓여온 기록. 이에 한용덕 감독은 박정진의 1군 합류를 서두르지 않는다. 그 사이 젊은 좌완들을 키우는 기회로 삼을 심산이다.
캠프에서 신인 박주홍을 비롯해 이충호·김병현 등 20대 젊은 좌완 투수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정진도 팀의 방향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이젠 전체적인 팀을 봐야 할 나이다. 내가 없다고 경기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와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정진 역시 서산에 와서 빠르게 페이스를 회복 중이다. 지난해까지 한화 포수로 활약하며 박정진과 배터리 호흡을 맞춰온 차일목 재활군 코치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박정진은 "차 코치님이 현역 때부터 내 공을 많이 받았다. 확실히 보는 눈이 다르다. 나도 모르게 폼이 작아진 것을 딱 짚어줬다"며 "덕분에 거울을 보며 팔 스윙을 체크하고 잡아가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1군 합류 시기는 한용덕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결정할 문제이고, 박정진은 언제든 부름에 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팀이 어려울 때 도와 달라는 말씀을 했다. 천천히 완벽하게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늦게 만들어선 안 된다. 언제든 불러주시면 준비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시즌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재한 실력과 자기 관리로 신뢰를 쌓아온 박정진이기에 팬들도 그의 조기 귀국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 박정진은 "올해도 팬들이 우리 팀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선수들도 매년 시즌 전에는 그런 기대감을 갖고 한다. 주변에서는 전력 보강이 되지 않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즐겁고 재미있는 야구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성적도 따라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