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생각만 든다."
송경섭 강원FC 감독은 시즌 홈 개막전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강원은 3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 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 개막전에서 김승용과 제리치의 득점포를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경기 후 송 감독은 "초반에 골이 나서 쉬운 경기를 할 줄 알았지만 상대가 잘해줬다. 거기 대처하려고 선수를 교체하면서 시스템 변화를 가져갔는데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수들 몸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발렌티노스 등은 잔부상이 있었다. 그래도 잘 버텨줬다. 끝까지 최선 다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잘 싸워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홈 개막전 부담을 날린 승리였다. 구단이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내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목표의 첫걸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수에 대한 고마움은 송 감독 스스로에겐 자책의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감독으로서 실수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이 부분을 메워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00%가 아닌 상태에서도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를 풀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이날 경기는 송 감독의 실질적인 데뷔전 무대였다. 전남 시절이던 2016년 5경기를 지휘했다. 하지만 기한이 정해진 형식적인 사령탑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에는 강원 감독에 선임되자마자 정신 없는 상태에서 한 경기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송 감독은 '진정한 감독 데뷔전' 승리에 대해 "솔직히 다른 생각은 안든다. 그저 선수들이 고맙다는 생각 뿐"이라면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풀려야 할 것들이 미흡했고 다들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았다. 힘든 가운데서 해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히려 그는 "내가 부족한 게 많았다. 경기에 대한 대처가 좀더 세밀하게 이뤄졌어야 했다. 선수 기용을 비롯해 잘한 것, 못한 것이 있다. 현대축구에서는 한 전술만으로는 힘들다. 90분 동안 스쿼드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이 관건이다. 상대보다 우리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이 들게 한 경기였다"고 아쉬움을 살짝 드러냈다.
결국 송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한 고마움은 '강원의 힘'을 표현한 말로 귀결된다.
올 시즌에 앞서 눈에 번쩍 뜨인 영입이 없었던 강원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영입된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에 걸쳐 25명에 달했다. 월척은 없었지만 준척급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백업들이 강해졌다. 스쿼드의 깊이가 한층 더해진 것이다.
당장 이날 경기에도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다. 제주에서 영입된 골키퍼 김호준이 안정감을 줬다. 새 외국인 공격수 제리치는 이근호와 투톱을 이뤄 1골 1득점으로 첫 경기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이근호도 1도움을 기록했다. 신인 강지훈은 종횡무진 사이드백과 윙어 임무를 훌륭히 소화했다.
송 감독은 국내서도 손꼽히는 이론가다. 이날 경기는 그 이론에 실전이 가미된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더 탄탄해지고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원했던 '세밀한 대처'를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시즌은 길다. 이제 첫 경기였다. 아직 좋아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첫 경기 승리로 기대감이 상승했다. 하지만 ACL에 나가기 위해서는 전북, 울산, 수원, 서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렇지만 선수들 스스로 해결해내고 감독은 더 완벽한 전술을 연구하는 강원이란 것을 보여준 첫 경기였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선수들에 대한 송 감독의 말 속에서 '강원의 힘'이 확연하게 느껴지고 있다. /letmeout@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