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31·SK)의 타격감과 심정을 경기 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잘 맞지 않을 때는 연습 배팅 때 불만 섞인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에서 문제 진단이나 조언과 같은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최정은,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성장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최정은 멀티플레이어의 이미지가 강했다. 3할, 20홈런, 20도루를 모두 할 수 있는 리그 최고의 3루수였다. 그랬던 최정은 2016년부터 홈런 타자로 거듭났다. 2016년 40홈런, 지난해 46홈런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따냈다. 지난해 46홈런은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홈런이자, KBO 리그 역대 3루수 한 시즌 최다 홈런이기도 했다.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이었다.
만약 최정이 자신의 과거에 안주했다면 2년 연속 홈런왕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예전보다 기동력이 떨어진 ‘좋은 3루수’에 머물렀을 수도 있다. 이처럼 최정상에 자리에 있지만 더 발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최정을 이끌었다. 다른 선수들의 스윙을 보면서 자신에게 적용해보기도 하고, 좀 더 좋은 폼을 갖추기 위해 이것저것 연구하고 실험해보기도 한다. 2년 연속 40홈런 이상-100타점 이상의 화려한 성과가 거저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런 최정이 다시 뛴다. 너무나도 단순하게 지난 2년의 성과를 잊었다고 말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다시 앞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동기생인 박병호(넥센)의 KBO 리그 복귀로 홈런왕 경쟁이 주목받고 있음에도 최정은 자신을 낮추며 별다른 생각이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최정은 개인적으로 이룰 것은 어느 정도 다 이뤘다. 이대로라면 SK와 KBO 리그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그럴까. 최정은 부쩍 팀 성적을 강조한다. 최정의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는 ‘3년 연속 홈런왕’이 아니다. 바로 “인천에서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자존심을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최정은, 팀의 자존심에 대해서는 얼굴 표정이 싹 바뀐다. 왕조를 경험한 선수로서 최근 SK의 성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인천에서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린 것은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2015년과 2017년은 정규시즌 5위였으나 와일드카드 결정전 첫 판에서 떨어졌다. 인천에서 가을야구를 하려면 최소한 4위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정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다른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팀의 기둥이 흔들리면 결국 집이 무너진다. 여전히 최정은 팀 동료들에게 가장 신뢰를 얻는 타자이기도 하다.
그런 최정은 오키나와 연습경기 초반 표정이 어두웠다. 최정은 “타격감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건강한 최정이라면, 언제나 그랬듯이 금세 답을 찾아나갈 것이다. SK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2년 연속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최정은 원래 만족을 모르는 선수다.
2018년 프리뷰
개인적으로는 황망히 고개를 가로젓지만, 3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한다. 리그 역사를 따져도 3년 연속 홈런왕은 장종훈 이승엽 박병호, 세 명 뿐이었다. 대업인 만큼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것도 필요하다. 개인 첫 50홈런에 도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목표는 건강이다. SK는 오랜 기간 최정의 휴식시간을 챙겨줄 백업 3루수를 찾았으나 매년 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아 최정이 얼마나 건강하게 한 시즌을 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기량이 절정에 오른 만큼 이 부분만 해결하면 순탄하게 시즌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올 시즌을 끝으로 생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100억 클럽’ 가입이 유력시되는데 메이저리그(MLB) 구단과 일본프로야구 구단이 최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SK도 실탄 장전을 완료한 상황에서 시즌 성적은 물론 시즌 뒤 거취도 큰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