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 휩싸였던 배우 겸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교수 김태훈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피해 주장 여성과) 사귀는 사이"였다는 주장으로 인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피해자는 "폭행"으로 여기고 있는 반면 김태훈은 애정 관계를 거듭 주장하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태훈은 지난 27일 오전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SNS에 올라온 폭로글로 인해 성추문에 휩싸였다. 90년대 말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한 피해자가 김태훈으로부터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관계를 요구받고 노예처럼 부림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논란이 되자 김태훈은 28일 사과문을 통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하는 마음에서 세종대학교 교수직에서 자진사퇴하고, 연극활동 등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고 제가 몸 담았던 일과 직에서 떠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사실 관계가 게시글이나 보도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추가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입장과는 상반된 "사귀는 사이", "호감" 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왜곡이 되기 마련이고, 그 상황의 감정 역시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김태훈이 언급한 '사귀는 관계'는 서로 간의 동의가 필요하다. 피해 당사자는 끔찍한 성폭행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이 같은 관계는 성립이 될 수 없다. 상대가 원하지 않았다면, 그건 일방적인 폭행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김태훈은 두 피해자 모두에게 "호감의 정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자기 방어적 변명과 사과를 전했다. 과거의 끔찍한 추행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삶을 살았다는, 그럼에도 용기 내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고 주장한 피해자들에게 김태훈의 사과문은 2차 상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피해자들을 향한 성추행 가해자들의 진실된 사과와 법적 조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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