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시절 SK는 ‘벌떼야구’로 대변되는 불펜의 힘이 강했다. 그 후 ‘선발야구’를 정착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아직 확실한 성과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기대가 절로 모인다. 강력한 로테이션 구축이라는 희망적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SK의 문제는 불펜이었다. 올해도 시선은 불펜에 집중된다. 그러나 선발투수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끌어간다면 불펜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SK가 선발투수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현재까지는 페이스가 아주 좋다. 기본을 이루는 5명의 선수 중 4명이 무실점으로 오키나와 연습경기 일정을 시작했다.
27일 요미우리전에서는 앙헬 산체스와 박종훈이 각각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새 얼굴로 SK가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산체스는 이날 최고 154㎞, 평균 151㎞의 빠른 공을 던지며 많은 땅볼을 유도했다. 박종훈도 2이닝 동안 실점이 없었다. 의식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다 첫 회 연속 안타를 맞았으나 변화구를 섞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한 뒤 위기를 넘겼다.
28일 요코하마전에서는 가장 큰 기대주인 김광현, 그리고 5선발 진입이 유력한 문승원이 각각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팔꿈치 수술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광현은 최고 152㎞의 공을 던졌고, 슬라이더로만 3개의 삼진을 낚는 등 4탈삼진 무사사구 호투를 펼쳤다. 문승원도 감기몸살 기운에 최고 구속이 145㎞에 그쳤으나 요코하마 타선에 이렇다 할 기회를 주지 않으며 성공적인 첫 등판을 마쳤다.
유일하게 등판하지 않은 외인 에이스 메릴 켈리도 2일 KIA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켈리는 비시즌 동안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 꾸준하게 몸을 만들어왔다. 지금 상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켈리는 이미 검증된 외국인 투수로 아주 유력한 10승 카드다. 6선발 후보군도 괜찮다. 좌완 김태훈은 올해 플로리다 1차 캠프 당시 투수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동료들도 김태훈의 구위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김광현과 산체스의 가세, 그리고 한층 성숙해질 가능성이 큰 박종훈과 문승원이 힘을 합친다면 SK 선발진도 최고 레벨에 도전할 만하다. 김광현, 산체스의 공을 받아본 이재원은 “김광현은 수술 전과 거의 같다. 수술을 했다는 게 의심될 정도다. 산체스도 공에 힘이 있고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구단이 좋은 선수를 뽑아온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호평했다.
지난해 10승 투수 대열에 오른 박종훈은 유지를 노린다. 욕심도 부리지 않고, 하던 것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마운드에서 확실히 표정이 여유로워졌고, 요미우리전에서도 그 평정심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우며 많은 것을 배운 문승원은 성장이 기대된다. 완성형 선발로서 클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췄고 지난해 경험까지 더해 더 많은 승수를 따낼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크다. SK 선발진이 업그레이드에 도전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