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25·KGC)의 재능이 늦게나마 빛을 보고 있다.
안양 KGC는 2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라운드서 서울 SK를 89-78로 눌렀다. 5연승을 달린 KGC(28승 21패)는 5위를 지켰다. SK(30승 18패)는 4위로 밀렸다. 슈터 한희원은 16점, 3점슛 4개, 8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이었다. 한희원은 수비에서도 큰 힘을 보태며 양희종의 부상공백을 메웠다.
경희대시절 대학최고 슈터였던 한희원은 2015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서 문성곤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전자랜드에서 데뷔했다. 데뷔와 동시에 전폭적인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 중 박찬희와 트레이드 돼 KGC에 합류한 것이 본인에게 재앙이었다. 가뜩이나 양희종과 이정현이 버틴 팀에 동기 문성곤까지 있었다. 한희원의 자리가 없었다.
비시즌 이정현이 KCC로 이적했고, 문성곤이 상무에 입대했다. 강병현은 아킬레스건 부상 후유증이 심했다. 김승기 감독이 한희원과 전성현에게 많은 시간을 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전성현은 많이 뛰었지만 한희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시즌 초반 김승기 감독은 한희원에 대해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한희원이 적응이 늦다. 고참이 돼야 잘하는 그런 선수들이 있다. 한희원도 시간이 지나야 잘할 것이다. 팀에 보탬이 되면 그 때 군대에 보낼 것”이라 밝혔다. 김승기 감독은 한희원을 거의 쓰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선수는 일단 코트에서 뛰어야 빛이 나고 기량도 느는 법이다.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기량이 좋아지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KGC는 주전의존도가 매우 높은 팀이다. 그렇다고 벤치가 약하지도 않다. 김철욱, 한희원, 전성현, 최현민 등이 버틴 벤치는 다른 팀에서도 탐을 낸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은 주전들을 35분 이상 풀로 돌리고 후보들에게 거의 기회를 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벤치선수들이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훨씬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DB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희원도 결국 주전들의 부상으로 겨우 기회를 잡았다. 오세근과 양희종이 나란히 부상으로 빠지자 김승기 감독도 한희원에게 눈을 돌렸다. 한희원은 최근 5경기 연속 20분 이상 뛰면서 평균 9.8점, 3점슛 1.6개, 성공률 42.1%를 기록 중이다. 한희원의 활약과 맞물리며 KGC는 5연승을 달리고 있다.
김승기 감독이 진작에 한희원 같은 벤치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면 어땠을까. 오세근, 양희종 등 주력선수들도 부담을 덜고, 부상도 막을 수 있었다. 이어 벤치까지 강해지니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KGC의 팀 운영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주축들의 부상으로 시즌 막판 한희원에게 강제로 기회가 돌아간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제야 김승기 감독도 "한희원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그의 활약에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프로는 냉정한 세계다. 자기가 보여주지 못하면 감독이 그를 기용할 이유가 없다. 몇 번 오지 않는 기회를 확실히 잡아야 살아남는다. 한희원이 지금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학생=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