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Me Too)'이 연예계를 소용돌이 속으로 빠뜨렸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들의 충격적인 과거가 폭로되고 있는 것.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 최일화, 최용민 등은 성추문에 휩싸이자 결국 사과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이에 대중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미투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미투운동'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여배우 애슐리 저드가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을 폭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기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 우마 서먼, 로즈 맥고완, 셀마 헤이엑 등 수십 명의 여배우가 과거 그에게 당한 성추행을 털어놨다.
이에 SNS상에선 ‘metoo’란 해쉬태그로 지지를 보내거나, 용기를 얻어 비슷한 경험을 고백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미투 운동'은 그렇게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국내 연예계에도 피할 수 없었다.
그 출발의 대상은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였던 조민기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조민기에 대한 폭로글이 올라왔고 별다른 사과가 없자 남학생들까지 동참했다. 또한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 졸업생 38명이 기명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조민기를 비롯해 오달수, 조재현, 최일화, 최용민, 조근현 감독 등 계속적으로 폭로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연예계의 추악한 '민낯'이 '미투운동'으로 드러나자 관계자들 역시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만 국내 연예계에선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신소율, 김지우, 최희서, 이규형, 김여진, 김성철 등이 미투 운동을 지지했지만, 소위 톱스타들의 참여는 활발하지 않았다. 문소리, 김태리 등이 인터뷰에서 '미투운동'에 대해 관심을 표한 정도다.
최근 몇 년간 스타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바.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 등과 관련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정치색을 과감히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미투운동'은 스타들이 이전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한 모습이다. 정작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연예계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어떤 피해를 염려한 것인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투운동'의 도화선이었던 할리우드는 달랐다. 미국 영화인들은 앞장서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메릴 스트립, 리즈 위더스푼, 스티븐 스필버그 등 300여명의 영화인은 1,300만 달러를 모금해 성추행 및 성폭행 등에 도움을 주는 법 지원 펀드 ‘타임즈 업’(Times up)을 발족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배우들은 시상식에서도 여성들의 용기를 지지했다. 안젤리나 졸리, 제니퍼 로렌스, 레이첼 와이즈, 마고 로비 등은 화려한 드레스 대신 블랙 드레스를 입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했다. 남자 배우들 역시 가슴에 '타임즈 업'이라고 적힌 뱃지를 달고 나타났다.
또한 오프라 윈프리는 골든글로브에서 블랙 드레스를 입고 "나는 여기에 있는 모든 소녀들이 새로운 날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 어느 누구도 '미투(나도)'라고 말하지 않는 시대가 되도록 훌륭한 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이 싸우고 있다"고 '미투운동'을 지지했다.
반면 할리우드와 달리 국내 연예계의 '미투운동'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또한 폭로도 배우 최율, 엄지영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익명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끔직했던 과거를 다시 얘기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2, 3차 피해도 우려가 될 터.
그럼에도 이를 위해 국내 스타들이 먼저 앞장서서 힘을 보탠다면 '미투운동'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미투"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훨씬 좋겠지만 말이다. /misskim321@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