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달수가 사실무근이라더니 피해자의 명확한 증언이 나오자 결국 "(성추행 전력이)절대 아냐"라는 입장에서 일보 후퇴했다. 두 명의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전부 제 탓, 책임"이라고 사과한 것. 불과 하루, 이틀 전만 해도 아니라고 강력하게 말하던 오달수였지만, 결국 용기를 낸 피해자들에 공개 사과를 했다.
오달수는 2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모두 저의 잘못"이라며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을 다해 사과 드린다. 저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말씀 드린다. 전부 제 탓이고 저의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이와 함께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 A씨와 배우 엄지영을 언급하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며칠 동안 견뎌내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기억이 솔직히 선명하지는 않았다", "질타가 무섭고 두려웠다"는 등의 방어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또한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모든 의혹을 부인했던 것에 대해서는 "인터뷰의 내용과 제 기억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확인하고 싶었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하겠다. 잘못했다"고 또 한번 더 사과했다.
오달수는 지난 20일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윤택 연출가의 기사에 "90년대 부산ㄱ소극장. 어린 여자 후배들 은밀히 상습적 성추행 하던 연극배우. 이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명. 지금은 코믹 연기하는 유명한 조연 영화배우. 저는 끔찍한 짓을 당한 충격으로 20년 간 고통받으며 정신과 치료받고 있다"라는 댓글이 달린 것.
많은 이들이 오달수를 지목했지만, 오달수 측은 그 어떤 입장 발표도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조민기, 조재현 등 유명 배우들이 성추문에 사과를 하고 나선 가운데 오달수는 지난 26일이 되어서야 "나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피해자 A씨가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오달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할 때에도 오달수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대응했다. 하지만 배우 엄지영이 지난 27일 '뉴스룸'에서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오달수는 출연하기로 했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했고, 사과문을 통해 "어떤 책임과 처벌도 피하지 않겠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26일과 27일 양일간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던 오달수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미투'로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까지 하게 된 것. 하루만에 완전히 달라진 오달수의 입장과 사과문으로 인해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오달수 공식 사과문 전문이다.
오달수입니다
최근 일어난 일련에 일들은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을 다해 사과 드립니다. 저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말씀 드립니다. 전부 제 탓이고 저의 책임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견뎌내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입장이 늦어진 것에 대하여 엄청난 비난과 질타에도 불구하고 깊고 쓰린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 대한 기억이 솔직히 선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바로 모를 수 있냐는 질타가 무섭고 두려웠지만 솔직한 저의 상태였습니다. 이점 깊이 참회합니다.
댓글과 보도를 보고 다시 기억을 떠 올리고, 댓글을 읽어보고 주변에 그 시절 지인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의 내용과 제 기억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확인하고 싶었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했습니다. 당시 이러한 심정을 올리지 못하고 그저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입장을 밝힌 점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하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A님에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면 그 사람은 굉장히 소심했고 자의식도 강했고 무척이나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희곡이나 소설을 써보라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미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도 잘렸고, 다리고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습니다.
감당하겠습니다.
행운과 명성은 한 순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세상 이치는 알고 있습니다.
25년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이든 제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습니다. 상처를 안고 살아온 것에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 무겁습니다. 금방은 힘들겠지만 그 상처 아물길 바랍니다. 그리고 A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면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엄지영배우님께
저로 인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님이 용기 내어 TV에 나오게 한 것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말하든 변명이 되고 아무도 안 믿어 주시겠지만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주는 준엄한 질책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부디 마음 풀어주시고 건강하십시오.
지금껏 살아온 제 삶을 더 깊이 돌아보겠습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한 행동과 말에 대한 어떤 책임과 처벌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제 행동으로 인해 2차 3차로 피해를 겪고, 겪게 될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 드립니다. 그 동안 제가 받기 과분할 정도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습니다.
다시 한번 거듭 죄송합니다./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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