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드라마들이 '하차'와 '편집'으로 난도질당했다.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 등 출연 배우들이 잇따라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최근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그 심각성을 알리는 이른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연예계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연극 연출가이자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을 시작으로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 등이 차례로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세 사람 모두 CJ E&M 드라마와 관련돼 있어 향후 거취에 이목이 쏠렸던 바. 결국 이들은 출연 중인, 혹은 출연하기로 했던 작품에서 하차와 편집, 분량 최소화 등의 오점을 남기며 씁쓸히 퇴장했다.
먼저 조민기는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글이 올라오면서 성추행 의혹을 받게 됐다. 의혹 직후 그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으나 추가 폭로가 쏟아지자 지난 27일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현재 경찰 조사도 앞두고 있다. 이에 조민기는 출연할 예정이었던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자진하차했고, '작은 신의 아이들' 측은 "조민기가 미리 찍어놓은 분량을 편집 중이다. 후임으로는 이재용이 합류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오달수는 이윤택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계기로 성추문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5일간 침묵하던 그는 지난 26일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같은 날 JTBC '뉴스룸'이 피해자의 육성 증언을 공개했음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뉴스룸'에 또 다른 피해자인 연극배우 엄지영이 등장해 다시 한 번 논란이 일었고, 결국 오달수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측은 그의 하차를 공식 발표했다.
끝으로 가장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tvN 드라마 '크로스'가 있다. 조재현은 지난 23일 배우 최율이 SNS에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 생각보다 빨리 올게 왔군. 이제 겨우 시작. 더 많은 쓰레기들이 남았다"고 폭로하며 그의 프로필 사진을 올려 성추행 의혹을 받게 됐다. 최율은 뒤늦게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논란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고, 같은 날 '뉴스룸'에서 조재현과 극단에서 함께 일하던 피해자 A씨와의 인터뷰가 공개돼 다시 한 번 충격을 안겼다.
결국 조재현은 다음날인 지난 24일 "모든 걸 내려놓겠다"며 사과 입장을 발표했고, '크로스' 측도 그의 하차에 대한 입장을 즉각적으로 밝혔다. 이어 '크로스' 측은 2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초 16회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고정훈(조재현 분) 역을 12회에서 출연 종료될 수 있도록 극본을 수정했다", "12회까지 최소한의 분량만 등장할 예정이며 단독샷도 최대한 상대 배우의 리액션 영상으로 대체했다"고 밝히며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이처럼 CJ E&M 드라마 세 편의 출연 배우가 연이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게 되면서 함께하던 제작진 및 출연진들 모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 '작은 신의 아이들'과 '나의 아저씨'의 경우, 아직 방송을 시작하기 전이라 극의 흐름에 방해를 받지 않은 선에서 마무리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크로스'는 주연이었던 조재현의 분량을 줄이는데 집중하게 되면서 드라마의 완성도에 큰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크로스'가 촘촘한 전개와 극적인 연출, 몰입도 높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받던 작품이기에 이러한 생채기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물론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을 둘러싼 성추문은 아직 의혹인 단계로, 사실 관계가 분명하게 확인될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러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혹은 출연할 예정이었던 작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 nahe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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