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낯설 수도 있는 선택. 이유는 분명했다. 약점 지우기다.
두산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지난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이용찬을 선발 투수 후보로 올렸다. 이용찬은 지난해 68경기에 나와 5승 5패 2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하며 팀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소화했다. 비록 후반기 흔들리면서, 때마침 기량이 올라온 김강률과 마무리 투수 자리를 바꾸기는 했지만, 직전 해 마무리 투수를 선발 투수로 바꾼다는 것은 이례적인 선택이기는 했다.
시선은 함덕주로 향하게 됐다. 함덕주는 데뷔 이후 구원 투수로 활약하다 지난해 선발로 전향해 9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7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펼쳤다. 특히 후반기 15경기에서는 6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하면서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펼치기도 했다.
이용찬이 선발 투수로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존 선발 투수였던 함덕주도 선발 투수 경쟁을 펼치게 됐다. 린드블럼-후랭코프-장원준-유희관의 자리가 확고한 만큼 이용찬이 선발로 온다면 함덕주의 보직은 자연스럽게 구원 투수로 옮겨지게 된다. 지난해 만큼의 활약을 펼친다면 두자릿수 승리도 바라볼 수 있는 선발 투수의 자원이 구원 투수로 옮겨지게 되면서 아쉬움과 우려의 시선도 섞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두산은 고질적으로 뒷문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탄탄한 선발진에 비해서 후반 완벽하게 이닝을 끝내줄 선수가 없었다. 함덕주는 지난해 구원투수로 11경기에 나와 2승2홀드 평균자책점 0.50으로 뒷문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체력적인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6⅔이닝을 던져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00로 철벽의 모습을 과시하게 됐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은 김강률과 함께 함덕주가 8~9회를 책임진다면 두산의 뒷문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으로 불릴 수밖에 없다.
과정은 순조롭다. 이용찬이 선발 투수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2이닝 1안타 1볼넷으로 호투를 펼쳤던 그는 지난 27일 실시한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구춘대회에서 린드블럼에 이어 팀의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3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실투 한 방이 홈런으로 연결된 것은 '옥에 티'였지만, 경기 운영 능력 등은 모두 안정적이었다. 특히 지난 2012년 선발 투수로 10승을 거뒀던 경험도 있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이용찬은 "70% 정도 올라왔다. 나머지 30%는 이닝을 소화하는 부분"이라며 "홈런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동시에 "선발 투수가 많은 공을 던져서 힘들기도 하지만, 일정한 간격이 있어서 항상 내 컨디션대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큰 것 같다"며 선발 투수의 매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함덕주 역시 "감독님께서 주시는 보직에 따라서 준비하겠다. 중간으로 가서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bellstop@osen.co.kr